
車·기차 부품등 제작 35년 넘은 '최고참'
'경쟁력'불구 열악한 환경탓 기피 아쉬워

나무의 뿌리처럼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으면서 제조업의 근간을 이루는 분야를 말합니다. 쇳물을 다루는 주물(鑄物)이 여기에 속합니다.
위험하고, 힘이 드는 일입니다. 이상만(64)씨는 35년 넘게 주물회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금방 떠납니다.
힘이 드는 것도 그렇지만 주물의 특성상 작업 환경이 열악한 것을 견디지 못하는 겁니다. 인천 서구 경서동의 삼창주철공업. 1987년에 주물공장들이 이곳에 몰려들었습니다.
주물공단이라고 합니다. 서울 구로에 있던 회사도 이때 옮겨 왔습니다. 1984년에 입사한 이상만씨는 이 회사 최고참입니다.
인천은 뿌리산업의 집합처이기도 합니다. 주물 같은 뿌리산업이 꼭 필요한 존재인데 사람들은 겉으로 보이는 것만 따집니다. 자꾸 밀어내려고 합니다. 공장이 집값을 떨어뜨린다고 여기는 것이지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일자리이기도 한데 사람들은 왜 몰아내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인천은 현재도 역시나 노동자의 도시입니다. 이상만씨가 그것을 증언합니다. 강원도에서 태어났는데 울산 현대중공업에서도 일했고, 영광의 원자력발전소에서도 일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안 다닌 곳이 없습니다. 서울 구로의 삼창주철과 연이 닿았습니다. 회사가 인천으로 이사하면서 이 땅에 뿌리를 내린 것이지요.
젊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업종이지만 주물 같은 뿌리산업의 경쟁력은 아직은 괜찮습니다. 우리가 11개를 만들어 1개의 불량을 내고 10개를 납품한다면, 중국은 100개를 만들어야 10개를 납품하는 정도입니다.
불량률이 엄청나지요. 아직 기술력 차이가 큽니다. 하지만 배우려는 젊은이가 없는데 미래가 있겠습니까. 회사에 90명 정도 일하는데 외국인 노동자가 10여 명이나 됩니다.
앞으로는 이들 외국인들이 우리의 뿌리를 이룬다는 얘깁니다. 뿌리 없는 나무가 있을 수 있습니까. 기본을 외면하는 사회, 걱정입니다.
글/정운기자 jw33@kyeongin.com,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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