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추진된 공사 주민반대로 중단
1440명 서명받은 진정서 시의회 제출
학습환경 열악… 장기적 계획 필요해
"인천예술고등학교는 지역의 소중한 문화자산입니다. 학교 이전이 유일한 해답입니다."
조혜진(46) 인천예술고등학교 학부모 운영위원장은 "인천예고 증축 문제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며 "지금이라도 인천시와 시교육청이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인천예고 이전을 위한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조혜진 인천예고 학부모 운영위원장을 비롯한 재학생 학부모들은 1천440명의 서명을 받아 신축 이전을 요구하는 내용의 진정서를 인천시의회에 제출했다.
주민 반대에 부딪혀 1년 넘게 아무런 공사도 하지 못한 증축 계획을 철회하고 아예 원점에서 이전 계획을 세우라는 것이 학부모들의 요구다.
인천예고의 학습 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그로 인해 학생들의 음악·미술·무용 등의 수업에 필요한 실습실과 공연장, 특별실 등을 갖춘 다목적 예술관을 짓는 증축 사업이 추진됐는데, 지난 5월 착공과 동시에 일조권 등의 침해를 주장하는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중단된 상태다.
공사 중단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갔다. 3학년이 되면 새 건물에서 공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당시 1학년 신입생들은 이제 2학년이 됐다.
그동안 제대로 된 체육수업도 하지 못했다. 운동장이 없다 보니 실내에서 다트를 하고 복도에서 에스보드를 타는 것으로 대체해야 했다. 무용과 아이들은 비좁은 주차장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 몸을 풀어야 했다.
조 위원장이 "시교육청은 학생 편이 아니라 증축을 반대하는 주민 편인 것 같았다"고 했다. 결국 학부모들이 해법을 찾기 위해 나섰다. 직접 시의원·국회의원 등 정치인을 만나고 공무원을 찾아다니게 된 것이다.
그는 "학생들은 저마다 다른 꿈을 키우고 교육받을 권리가 있고 어른들은 도와줄 의무가 있는데 교육 당국이 학생들의 목소리는 들으려는 시늉조차 없었다"고 했다.
조 위원장은 인천예고 이전 문제가 단순한 학교 이전 문제가 아닌 중요한 문화정책 차원에서 다뤄져야 할 문제로 여긴다.
그는 "인천이 예고를 제대로 키워가지 못한다면 문화 예술이 뿌리를 내릴 수 없는 도시가 되고 말 것"이라며 "길고, 멀리, 넓게 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