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채의 늪 허덕이는 도민들, 이자 부담 눈덩이 악순환 이어져
센터, 신용회복·개인회생 지원… 자산분석 경제적 자립 도와
빚 독촉 시달릴땐 변호사 선임… 2015년 개소뒤 1만여명 상담
道, 전국 첫 '극저신용자 대출' 준비·불법대부전화 근절 협약

시흥시 한 농로에 세워진 차량 안에서 일가족이 숨졌다.
보름 뒤인 같은 달 20일에는 의정부시의 한 아파트에서 남편과 아내, 고등학생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가정의 달인 5월 경기도에서 발생한 비극. 원인은 빚이었다. 가족과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한 시흥시의 A씨는 7천만원의 부채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회생절차를 밟아 매달 80만원씩을 상환했지만 생활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의정부시의 B씨도 2억원 규모의 부채를 안고 있었다.
150만원을 벌어 250만원의 이자를 내는 생활이 이어졌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은 참변이 됐다. 도움의 손길은 이들 가족에게 닿지 못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특단의 조치를 주문한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달 24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이 지사는 "앞으로 내가 돈 벌어봐야 이자 내느라 죽겠다 싶어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며 "파산 면책이라도 할 수 있게 도와주면 이런 일은 없을텐데 몰라서 그런 게 아니겠나. 도 차원에서 일상적으로 상담하고 구제, 지원해주는 게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 지사의 말처럼 두 비극은 금융 복지 사각지대에서 발생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제도는 있지만 실제 이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미처 닿지 못했던 것이다.
이러한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서민금융복지지원센터(이하 센터) 등 공공부문의 가교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센터는 2015년 처음 개설돼 지금까지 1만명이 넘는 금융 취약계층의 경제적 자립을 도왔지만 여전히 '몰라서' 수렁에 빠져있는 이들이 다수다.
금융 취약계층과 이들이 필요로 하는 각종 지원제도 간 거리를 좁히기 위해 센터를 더욱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제도권 안에 있는 금융기관의 문을 두드릴 수 없어 불법 대부업에 손을 대고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는 방안도 '이재명호' 경기도에서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

#금융 취약계층-필요한 지원책 '가교' 역할… 우리 지역엔 서민금융복지지원센터 있을까?
가계부채가 급증하며 사회적 논란으로 부상했던 2014년, 빚 문제로 극심한 고통을 겪는 도민들이 늘자 도는 이들의 경제적 재기를 돕기 위한 센터 조성에 착수했다.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이듬해인 2015년 센터를 처음 개소했다. 신용회복, 개인회생, 파산 등 채무조정 문제를 상담·지원해주고 이들 금융 취약계층의 자산·부채 현황 등을 면밀히 분석해 경제적 자립 방안을 제시하는 게 센터의 주된 업무다.
대부업체로부터 부당하게 빚 독촉에 시달리는 도민들이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토록 지원해주는 일 등도 하고 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센터에서 상담해준 이들만 1만1천970명. 센터가 조정을 요청받았던 부채의 규모만 2천187억원에 이른다.
역할은 갈수록 늘어 개소 첫 해 2천16건에 달했던 상담 건수는 지난해 6천10건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중 개인 파산·회생 등 채무 조정을 요청하는 경우가 상담의 74%(올해 1~4월 기준)를 기록하는 등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알아두면 좋을 지원책,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제시해주면서 금융 취약계층들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대출 연체로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간 후 15년간 일용 근로를 하며 홀로 자녀를 키워온 김모(60대)씨는 빚 독촉이 끊이지 않자 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상담을 통해 개인 파산 신청을 권고받아 진행했고 복지 정책 연계를 통해 생계비도 지원받게 됐다.
그러나 31개 시·군 모두에 센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수원에 2곳, 안양·안산·의정부·구리·고양에 각각 1곳씩 운영돼오다 지난 3월 부천·광주·용인·평택·파주에서 각각 1곳씩 문을 열며 모두 12곳이 됐다.
시·군별로 센터가 모두 있는 것은 아니다보니 안양센터가 인근 지자체인 군포, 의왕, 과천시까지 관할구역으로 두는 등 센터 1곳이 많게는 4개 지자체까지 포괄하고 있다.
센터별로 배치된 인원도 2~3명에 불과하다. 역할과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확대 필요성이 그에 비례해 꾸준히 제기되는 추세다. → 표 참조

# 악순환 끊을 제도적 장치 강화 나선 '이재명호' 경기도
센터 확충 등으로 기존 제도, 지원책을 연계하는 기능을 강화하는 것에 더해 도는 빚 부담이 비극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고심 중이다.
대표적인 게 전국 최초로 추진 중인 '극저신용자 대출 제도'다. 신용등급이 낮아 합법적인 경로로는 대출을 받기 어려운 이들이 불법 대부업체에 손을 벌려 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일을 막기 위한 취지다.
이는 불법 대부업 피해를 입은 다수가 소액을 대출했음에도 원금보다 훨씬 많은 이자로 고통을 겪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이 지사는 올해 초 기자 간담회에서 "오죽하면 (이자) 3천% 하는 사채로 몇십 만원을 빌려서 쓰겠나. 이런 사람들에 대해 도가 돈을 빌려줘서 3~5년 정도 후에 연 1~2%로 갚는 제도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는 올해 30억 원을 편성했는데, 이를 대출 재원으로 삼아 신용등급 8등급 이하 도민들이 100만 원 남짓의 소액을 저금리로 빌릴 수 있게끔 한다는 계획이다.
불법 대부업체들에 대한 단속도 강하게 진행 중이다. 이 지사 취임 후 신설된 공정특별사법경찰단이 대출 희망자로 위장해 전화로 유인하는 '미스터리 쇼핑'식 수사까지 벌이는 한편 이동통신사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불법 광고 전화번호를 중지시키는 시스템도 구축, 운영하고 있다.
이 지사까지 나서 "주말이든 새벽이든 캡처해서 알려주면 강력하게 단속하겠다"며 SNS로 불법 대부업체의 전단지, 인터넷 광고 제보를 받는 실정이다.
원천 봉쇄하고 더 나은 방안을 제시하며 금융 취약계층이 불법 대부업체에 접근해 피해를 입는 일을 다양한 형태로 방지하려는 것이다.
이 지사는 지난 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대출 광고 전단지가 경기도에선 거의 사라지고 있지요? 고리 불법 사채를 쓸 수밖에 없는 서민들을 위한 소액 대출과 긴급 지원제도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