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의 주전 골키퍼인 이광연(20·강원)은 가장 주목받는 이강인(18·발렌시아)과 최전방 공격수 오세훈(20·아산)과 비교해 4강 진출 기여도에서 크게 밀리지 않는다.
이광연은 세네갈과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8강까지 5경기 연속 풀타임 출전하며 한국의 골문을 굳게 지켰다.
한국이 조별리그에서 포르투갈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2승 1패를 기록하는 동안 2실점(3골)으로 막아내며 16강에 오를 수 있었던 건 이광연의 수훈이었다.
일본과 16강에서 무실점 방어로 1-0 승리에 앞장선 이광연의 활약은 세네갈과 8강에서 더욱 돋보였다.
승부차기 직전까지 3-3 무승부로 3실점했지만 실점 위기마다 몸을 날린 선방으로 세네갈의 공세를 막아냈다.
전반 26분 유수프 바지의 발리슛으로 안정적으로 잡아낸 이광연은 후반 29분 이재익(강원)의 핸드볼 파울로 선언된 페널티킥 상황에서 이브라히미 니아네의 오른쪽 슈팅을 몸을 던져 잡아냈다.
그러나 이광연이 니아네가 슈팅하기 전에 먼저 골라인을 벗어난 것으로 확인돼 주심은 다시 차도록 선언했다. 니아네가 왼쪽 골문을 가르면서 아쉽게 실점했다.
공방 끝에 연장 접전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한 양팀은 '죽음의 룰렛'으로 불리는 승부차기에 접어들었고, 골키퍼 이광연의 존재감이 빛을 발했다.
한국은 1, 2번 키커 김정민(리퍼링)과 조영욱(FC서울)이 잇따라 실축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이광연은 부담감이 커졌음에도 평정심을 잃지 않았고, 상대 키커의 실축 속에 맞은 2-2 상황에서 세네갈의 4번째 키커 디아 은디아예의 슈팅 방향을 정확하게 예측한 뒤 몸을 날려 막아냈다.
한국의 다섯 번째 키커 오세훈(아산)이 강하게 오른발로 찬 공이 상대 골키퍼 디알리 은디아예에게 방향을 읽혀 실축했지만 주심은 이광연 때와 마찬가지로 골키퍼가 먼저 움직였다며 오세훈에게 재차 슈팅을 선언했다.
오세훈은 두 번째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상대 팀의 마지막 키커 카뱅 디아뉴가 공중볼을 날리면서 한국의 3-2 승리가 확정됐다.
골키퍼 이광연의 선방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한국의 4강 진출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이광연은 "(승부차기에 들어가기 직전) (이)강인이가 '형은 할 수 있다'고 말해줬다"면서 "뒤지고 있었지만 막을 자신이 있었고, 운 좋게 하나가 걸리고 상대 선수들이 밖으로 차서 운 좋게 이겨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페널티킥 실점에 "라인을 밟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발이 떨어졌었던 것 같다"면서 "골을 먹고 화났는데, 우리 선수들이 골을 넣어줘 고마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전세기를 타겠다는 꿈을 이뤘지만 꿈 하나(우승)가 아직 남아 있다"면서 "오늘까지는 (승리 기쁨을) 즐기고 4강을 잘 준비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광연은 K리그1(1부리그)에서 강원FC 소속으로 리그 경기 출전이 전무하지만 실망하지 않고 훈련해왔다.
U-20 대표팀에서도 동물적인 반사 능력과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박지만(수원), 최민수(함부르크)와의 주전 경쟁을 뚫었다.
정정용 감독의 눈도장을 받아 8강까지 전 경기를 풀타임으로 뛰며 선방을 펼쳤다.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선수권 이후 36년 만의 4강 신화 재현에 앞장선 이광연이 에콰도르와 4강을 넘어 결승 또는 3-4위전에서도 선방쇼로 새로운 한국 축구 역사를 쓰는데 앞장설지 주목된다.
한편 한국의 4강전 상대는 에콰도르로, 오는 12일 오전 3시 30분 폴란드 아레나 루블린에서 열린다.
/손원태 기자 wt2564@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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