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에 비운을 거듭하던 천재는 세상과 단절됐고, 세상 물정에 어두운 그에게 주변은 잇속을 챙기려는 사람들로 끊이지 않았다.
감금·폭행설, 노예계약 파문 등으로 '비운의 천재'라는 수식어를 얻게 된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44)은 그의 유일한 친구이자 전 매니저인 김모(59)씨와 다시 만나 재기를 노렸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의지한 김씨 또한 온전한 그의 편은 아니었다.
◇ 전 매니저, 유진박 명의 사채·부동산 처분 등 혐의로 고발당해
1990년대 말, 유진박은 말 그대로 '혜성처럼 등장한' 바이올리니스트였다. 미국 줄리아드음대 출신에 전자 바이올린이라는 생소한 악기를 들고 '울릉도 트위스트'를 연주하는 그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유진박은 마이클 잭슨 방한 콘서트와 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식 무대에 오를 만큼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2009년, 전 매니저의 감금·폭행설, 노예계약설 등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면서 그가 조울증(양극성 장애)을 앓고 있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졌다.
전 매니저의 감금·폭행 의혹은 경찰 조사 결과 무혐의로 종결됐고, 유진박은 그를 한국에 데뷔시킨 매니저 김씨와 반갑게 재회했다.
2년 전 한 지상파 방송사의 미니 다큐멘터리 시리즈에서 유진박은 김씨와 같은 집에서 생활하면서 공연을 하러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는 모습이 방영되기도 했다. 이 방송을 끝으로 유진박은 대중과 서서히 멀어졌다.
올해 초, MBC TV 'MBC스페셜' 성기연 PD는 유진박을 대중의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 그의 휴먼 다큐를 만들기 시작했다. 유진박과는 이미 한차례 2013년 '휴먼다큐 - 사람이 좋다'로 인연을 맺어둔 터였다.
촬영이 한창이던 지난 봄, 제보를 받은 그는 프로그램 방향을 송두리째 수정해야 했다. 유진박을 돌봐주는 매니저 김씨가 뒤에선 유진박 재산을 마음대로 유용했다는 것이다. 서울시장애인인권센터는 김씨가 유진박 명의로 억대 사채를 끌어쓰고 출연료를 횡령했으며 유진박 부동산을 마음대로 처분한 혐의 등으로 김씨를 고발했다.
유진박은 4년 전 어머니까지 세상을 떠나면서 부모를 모두 여의게 됐고, 친척들은 전부 미국에 있어 국내 생활은 김씨에게 전적으로 의존해왔다.
◇ 성기연 PD "유진박, 엄청난 충격에 앞으로가 걱정"…전 매니저 "반성한다"
최근 마포구 상암동에서 만난 성 PD는 "유진박은 김씨를 '내 일을 대신해주는 사람' 정도로만 알고 있다. (김씨가 내민) 서류에 서명해준 게 많은데 그게 뭔지 다 모른다"며 "정확한 피해액은 경찰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유진박 변호인 측에서 추정한 피해액은 최소 7억원에 달한다.
성 PD는 유진박이 자신의 피해를 깨닫고 엄청난 충격에 휩싸인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현재 유진박은 김씨와 같이 지내지 않고 돌아가신 어머니 지인이 돌봐주고 있다. 어머니 지인은 공연업계 관계자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매니저 김씨에 대해선 "돈이 없어진 건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에 본인도 그 자체를 부인하진 못하고 있다"며 "직접 방송에 나와 의견을 말하겠다고 했다가 전날 갑자기 인터뷰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제작진에 '반성한다.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죗값을 받겠다'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성 PD는 "유진박이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게 가장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유진박은 자신이 잘 지낸다고 생각해왔다. 사는 데 불만이 없는 사람이었다. 영화 '트루먼 쇼'의 트루먼처럼 사는데 진실을 알리는 게 맞나를 고민했다"며 "지금은 홀로서기를 할 때다. 김씨 등 매니저들에게 의지하며 살아왔는데 이젠 세상 밖으로 혼자 나가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그건 유진박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진박 다큐멘터리를 만들며 이제까지 휴먼 다큐가 유진박을 다룬 방식도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성 PD는 "휴먼 다큐는 항상 해피엔딩으로 끝나고 긍정적으로 그려진다. 이번엔 그런 다큐는 지양하고 싶었다. 실제 유진박을 찍으면서 뜻밖의 모습을 봤다. 나름 자기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방송에서 유진박이 희한한 행동을 하는 건 봤지만 그가 속마음을 말한 적이 있었나. 우리가 유진박이라는 사람을 제대로 알고 있었는지 그런 의문이 있다"며 "이건 6년 전 그에 대한 다큐를 찍은 나 자신에게도 하는 비판"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감금·폭행설, 노예계약 파문 등으로 '비운의 천재'라는 수식어를 얻게 된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44)은 그의 유일한 친구이자 전 매니저인 김모(59)씨와 다시 만나 재기를 노렸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의지한 김씨 또한 온전한 그의 편은 아니었다.
◇ 전 매니저, 유진박 명의 사채·부동산 처분 등 혐의로 고발당해
1990년대 말, 유진박은 말 그대로 '혜성처럼 등장한' 바이올리니스트였다. 미국 줄리아드음대 출신에 전자 바이올린이라는 생소한 악기를 들고 '울릉도 트위스트'를 연주하는 그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유진박은 마이클 잭슨 방한 콘서트와 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식 무대에 오를 만큼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2009년, 전 매니저의 감금·폭행설, 노예계약설 등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면서 그가 조울증(양극성 장애)을 앓고 있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졌다.
전 매니저의 감금·폭행 의혹은 경찰 조사 결과 무혐의로 종결됐고, 유진박은 그를 한국에 데뷔시킨 매니저 김씨와 반갑게 재회했다.
2년 전 한 지상파 방송사의 미니 다큐멘터리 시리즈에서 유진박은 김씨와 같은 집에서 생활하면서 공연을 하러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는 모습이 방영되기도 했다. 이 방송을 끝으로 유진박은 대중과 서서히 멀어졌다.
올해 초, MBC TV 'MBC스페셜' 성기연 PD는 유진박을 대중의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 그의 휴먼 다큐를 만들기 시작했다. 유진박과는 이미 한차례 2013년 '휴먼다큐 - 사람이 좋다'로 인연을 맺어둔 터였다.
촬영이 한창이던 지난 봄, 제보를 받은 그는 프로그램 방향을 송두리째 수정해야 했다. 유진박을 돌봐주는 매니저 김씨가 뒤에선 유진박 재산을 마음대로 유용했다는 것이다. 서울시장애인인권센터는 김씨가 유진박 명의로 억대 사채를 끌어쓰고 출연료를 횡령했으며 유진박 부동산을 마음대로 처분한 혐의 등으로 김씨를 고발했다.
유진박은 4년 전 어머니까지 세상을 떠나면서 부모를 모두 여의게 됐고, 친척들은 전부 미국에 있어 국내 생활은 김씨에게 전적으로 의존해왔다.
◇ 성기연 PD "유진박, 엄청난 충격에 앞으로가 걱정"…전 매니저 "반성한다"
최근 마포구 상암동에서 만난 성 PD는 "유진박은 김씨를 '내 일을 대신해주는 사람' 정도로만 알고 있다. (김씨가 내민) 서류에 서명해준 게 많은데 그게 뭔지 다 모른다"며 "정확한 피해액은 경찰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유진박 변호인 측에서 추정한 피해액은 최소 7억원에 달한다.
성 PD는 유진박이 자신의 피해를 깨닫고 엄청난 충격에 휩싸인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현재 유진박은 김씨와 같이 지내지 않고 돌아가신 어머니 지인이 돌봐주고 있다. 어머니 지인은 공연업계 관계자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매니저 김씨에 대해선 "돈이 없어진 건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에 본인도 그 자체를 부인하진 못하고 있다"며 "직접 방송에 나와 의견을 말하겠다고 했다가 전날 갑자기 인터뷰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제작진에 '반성한다.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죗값을 받겠다'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성 PD는 "유진박이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게 가장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유진박은 자신이 잘 지낸다고 생각해왔다. 사는 데 불만이 없는 사람이었다. 영화 '트루먼 쇼'의 트루먼처럼 사는데 진실을 알리는 게 맞나를 고민했다"며 "지금은 홀로서기를 할 때다. 김씨 등 매니저들에게 의지하며 살아왔는데 이젠 세상 밖으로 혼자 나가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그건 유진박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진박 다큐멘터리를 만들며 이제까지 휴먼 다큐가 유진박을 다룬 방식도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성 PD는 "휴먼 다큐는 항상 해피엔딩으로 끝나고 긍정적으로 그려진다. 이번엔 그런 다큐는 지양하고 싶었다. 실제 유진박을 찍으면서 뜻밖의 모습을 봤다. 나름 자기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방송에서 유진박이 희한한 행동을 하는 건 봤지만 그가 속마음을 말한 적이 있었나. 우리가 유진박이라는 사람을 제대로 알고 있었는지 그런 의문이 있다"며 "이건 6년 전 그에 대한 다큐를 찍은 나 자신에게도 하는 비판"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