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전선 점검·수리…시민들 위해 위험감수
비 잦고 태풍 도사리는 여름철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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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없이는 아무 것도 못하는 시대입니다.

산소 같은 존재이지만 그 전기는 무서운 놈이기도 합니다. 매일 전기와 싸우는 한국전력공사 인천지역본부 배전운영부 이동균(48) 과장은 출근할 때마다 가족들한테 '조심하라'는 말을 듣습니다.

전봇대에 올라 끊어진 전선을 잇거나 점검하는 일이 엄청나게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전기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살아 있습니다. 피복이 벗겨진 전선이 몸에 닿을 때가 있는데 망치로 세게 맞는 것 같은 충격을 받습니다. 그 전기와 마주한다는 것, 두려움 자체입니다.

고 이가림 시인은 인천과 서울을 오가는 지하철을 움직이게 하는 전기를 빗대어 '2만5천 볼트의 사랑'이란 작품을 남겼습니다.

시인은 2만5천 볼트의 전류가 흐르는 지하철에는 그 2만5천 볼트만큼의 뜨거운 사랑과 고독이 넘실거린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동균 과장에게는 '2만5천 볼트의 무서움'입니다.

이 과장의 그 무서움이 있기에 시민들은 '2만5천 볼트의 편리함'을 누리는 것이겠지요.

일하는 데 가장 힘든 시기인 여름철입니다. 감전을 막기 위해 고무 소매와 고무장갑이 있기는 하지만 완전하지는 않습니다. 전기는 물을 만나면 악마로 변하지요.

비가 자주 오고 땀도 많이 나는 여름은 그래서 더욱 힘이 듭니다. 비 오는 날 전선을 만지게 되면 몸에 난 털이라는 털은 죄다 곤두설 정도입니다. 태풍이라도 오는 날이면 초비상이 걸립니다.

요즘 새로 만들어지는 도시에서는 전봇대를 찾아보기가 어렵지요. 하지만 구도심에는 여전히 전봇대입니다. 차량이 들어가지 못하는 골목길에서는 꼼짝없이 전봇대에 매달려 작업을 해야 합니다.

두 배로 힘이 들지요. 이동균 과장은 강화 교동 출신입니다. 거기서 고등학교까지 나왔습니다. 곧바로 전기업체에 취직했습니다. 1995년 경력직으로 한전에 입사해 여태 일하고 있습니다.

글/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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