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고종 대에 있었던 경복궁 중건 과정이 소상하게 밝혀진다.

서울시 서울역사편찬원(이하 편찬원)은 경복궁 중건 내용을 담은 유일한 자료로 알려진 '경복궁 영건일기'(營建日記)를 국내 최초로 국문으로 번역, 발간한다고 13일 밝혔다.

편찬원은 "지금까지 경복궁 복원과 연구에 활용한 그 어떤 도면과 문헌 자료도 영건일기만큼 구체적이고 정확하지 않았다"고 가치를 평가했다.

편찬원에 따르면 영건일기 번역으로 궁궐 현판 정보, 경복궁 내 물길 체계, 전각의 역할과 건립과정 등을 확인했다.

복원 때마다 논란이 일었던 현판 관련 정보의 가치가 클 전망이다.

편찬원은 "영건일기는 고종 때 경복궁 전각을 어떤 재료와 색상으로 제작했는지 기록했다"며 "이를 통해 현재 광화문, 건춘문, 영추문의 오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광화문 현판은 현재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자가 적혔는데 원래 검은색 바탕에 금색 글자를 뜻하는 '묵질금자(墨質金字)'라는 기록이 영건일기에 있다는 사실은 지난해 12월 밝혀진 바 있다.

경복궁 안에 있는 6개의 수문, 4개의 물길, 두 갈래의 도회은구(배수로)도 새롭게 확인됐다.

편찬원은 또 "침전이나 신하 접견소로 알려졌던 경복궁 연길당과 응지당은 강녕전의 동서 퇴선간으로 음식을 데워서 수라상을 들이던 중간부엌이었고, 강녕전·연생전·경성전은 원래 하나의 전각으로 건립하려다가 분리한 사실도 처음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영건일기는 경복궁 중건 때 매입하거나 기부받은 주변 저택, 군사 300명을 동원해 삼청동에서 돌을 옮긴 일, 25마리 소로 수레를 끌어 주춧돌을 옮기다가 다리가 무너진 일 등 다양한 기록을 남겼다.

공사 중 관악산의 불기운을 막고자 근정전 월대 위에 배의 깃발을 꽂아뒀다는 기록도 있다.

새로 밝혀진 내용은 오는 17일 오후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는 제18회 서울역사학술대회 '경복궁 중건의 역사, 첫 장을 열다'에서 만날 수 있다.

명지대 홍순민 교수, 충북대 유승희 강사, 경북대 조재모 교수, 서울시립대 김윤주 연구원 등이 발표에 나선다.

경복궁 영건일기 번역본은 서울 주요 공공도서관에서 열람할 수 있다. 시청 신청사의 '서울책방'은 200질 한정판을 3만원에 판매한다. 편찬원 홈페이지에서 전자책 서비스도 할 예정이다.

경복궁 영건일기는 하급 관리인 한성부 주부이자 중건 실무자였던 원세철이 남긴 기록이다.

원본은 20세기 초 일본의 저명한 역사학자인 요시다 도고(吉田東伍)를 거쳐 현재는 일본 와세다대학교가 소장하고 있다. 요시다는 조선의 판매상을 통해 이 책을 사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편찬원은 지난해 도쿄 가쿠게이대 기미지마 가즈히코(君島和彦) 명예교수의 도움으로 이 책의 존재를 파악, 지난해 6월 번역에 착수해 올해 2월 초안을 완성했다.

경복궁은 고종 재위 중이던 1865년 4월부터 1868년 7월까지 약 3년에 걸쳐 중건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