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1983' 외치며 폴란드로 간 대표팀
1차전 포르투갈에 패배하며 '불안한 출발'
남아공 이어 아르헨마저 격파 16강행 쾌거
일본·세네갈·에콰도르 '파죽지세'로 제압
사상 첫 결승 '값진 준우승' 대장정 막내려
아쉽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는 못했지만 2002년 한일월드컵의 감동이 또 한번 재현되면서 전 국민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특히 어린 태극전사들이 불 지핀 축구에 대한 열기가 K리그 뿐만 아니라 '2020 도쿄 올림픽', '2022년 카타르월드컵'을 앞두고 진행되고 있는 예선전까지 옮겨 붙을 조짐을 보이면서 잠시 식었던 '축구붐'이 다시 일어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태극전사의 약속, 힘든 여정 끝에 현실이 되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태극전사들은 지난달 5일 인천공항을 통해 36년 전인 지난 1983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4강 신화 재현을 목표로 '어게인 1983'을 외치며 폴란드로 떠났다.
대표팀의 힘겨운 여정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지난달 25일 열린 조별리그 1차전 포르투갈전에서 상대에게 주도권을 내주며 0-1로 패했다.
경기 전부터 우승후보로 꼽힌 포르투갈의 빠른 발과 스피드에 밀렸다.
한국대표팀에 첫 승리를 안긴 두 번째 남아프리카공화국 전도 쉽지는 않았다.
후반 24분 터진 김현우의 선제골로 앞서간 한국은 남아공의 반격으로 위기의 순간이 종종 찾아왔다.
날씨도 남아공에 힘을 실어주는 듯 거센 장대비가 쏟아졌다.
그러나 연이은 선방 쇼를 보여준 주전 골키퍼 이광연이 남아공의 유효 슈팅 6개를 모두 막아내며 1-0 승리를 지켰다.
이날 경기로 이광연은 팬들로부터 '빛광연'이란 별칭을 얻게 됐다.
기세를 탄 대표팀은 16강 진출이 걸린 조별리그 마지막 3차전에서 서서히 분위기가 살아났다.
당초 한국대표팀은 1승1무1패로 16강 진출을 노린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3차 전에서 U-20 월드컵 최다 우승국(6회) 아르헨티나를 당당히 2-1로 물리치고 2승 1패란 기록으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16강전은 '숙적' 일본과 치러졌다.
어린 태극전사들의 한일전은 역대 두 번째로, 지난 2003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나얀 경기장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축구대회 16강 일본과의 경기에서는 역전패를 당했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서는 선수들이 몸을 아끼지 않는 혼신의 경기로 1-0 승리를 지켰다.
세네갈과의 8강전은 이번 대회는 물론 U-20 월드컵 역사를 통틀어 역사에 남을 '명승부'로 펼쳐졌다.
세네갈전에서 보여준 '대역전 드라마'는 정정용호가 국민적인 관심을 받게 된 기폭제가 됐다.
당시 한국대표팀은 3-3으로 비긴 채 돌입한 승부차기에서 4-3으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비디오판독(VAR)이 승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5번이나 골이 취소되거나 페널티킥이 선언되기도 했다.
36년 만에 U-20 월드컵 4강에 진출한 한국은 에콰도르와 사상 첫 결승 진출을 놓고 다툰 끝에 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처럼 전국 곳곳에서 붉은 물결이 가득 찬 가운데 전 국민의 높은 관심 속에서 치러진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전에서는 아쉽게 '우승'이라는 염원을 이뤄내진 못했다.
하지만 포르투갈, 아르헨티나 등 우승후보로 꼽히는 팀들과 죽음의 조에 속했던 한국 대표팀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보란 듯이 준우승이란 값진 메달을 목에 건 채 지난 17일 팬들의 환호 속에 귀국했다.
조영욱·김정민등 공동주연, 황금세대 입증
2022 카타르 월드컵 'A대표팀' 합류 기대
#태극전사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
한국 축구 사상 최고 성적표를 따낸 정정용호 태극전사들 21명 가운데 해외에서 뛰는 선수 4명과 대학생 2명을 제외한 15명은 현역 K리거다. K리그1 소속이 9명, K리그2 소속 선수가 6명이다.
이에 은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온 태극전사들은 프로 무대에서 다시 경쟁을 시작한다.
또한 내년으로 다가온 '2020 도쿄 올림픽' 출전을 놓고 '2017 한국 U-20 월드컵'에서 뛰었던 선배들과 엔트리 경쟁도 준비해야 한다.
이에 '황금 세대'로 진화한 정정용호 태극전사들은 이제 U-23 대표팀과 A대표팀의 '밑바탕'으로 성장해야 하는 과제를 떠 안게 됐다.
역대 U-20 월드컵에 나선 선수들 가운데 최고의 황금 세대로 손꼽힌 대표팀은 2009년 이집트 대회에서 8강까지 진출한 '홍명보호'가 대표적이다.
당시 맹활약한 김승규(빗셀 고베), 김영권, 오재석(이상 감바 오사카), 홍정호(전북), 김보경(울산),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윤석영(강원) 등이 A대표팀으로 성장했다.
반면 2013년 터키 대회에 나서 8강 진출을 재현한 선수들은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
사실상 권창훈(디종)을 제외하면 A대표팀까지 성장한 선수가 별로 없다.
아직 결과는 장담할 수 없지만 '홍명보호'에서 맹활약한 선수들이 A대표팀으로 성장한 만큼 36년 만의 4강 재현을 넘어 결승까지 오른 정정용호 태극전사들에게 거는 팬들의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막내형'이라는 별명과 골든볼까지 차지한 이강인과 더불어 조영욱, 김정민(리퍼링)은 이미 A대표팀 소집 경험이 있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소속팀의 생존경쟁을 이겨내는 게 급선무다.
이제 20살에 불과하지만 소속팀에서 뛸 기회를 잡지 못하면 U-23 대표팀은 물론 A대표팀에 뽑힐 가능성조차 사라지게 된다.
만약 이들이 소속팀 주전을 넘어 A대표팀으로 성장하게 되면 '2022 카타르월드컵' 출전까지 기대해볼 만하다.
한국은 오는 2020년 6월부터 진행되는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부터 참가한다.
월드컵 본선 티켓 4.5장을 건 최종예선은 2020년 9월에 시작해 2021년 10월까지 펼쳐진다.
이와 관련, 이임생 수원 삼성 감독과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지난 16일 서울과 수원의 하나원큐 K리그1 2019 슈퍼매치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어린 태극전사들이 U-20 월드컵 사상 첫 결승 진출 쾌거를 올리자 박수를 아끼지 않으며 "(후배들이)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썼다. 앞으로 모두 국가대표 선수가 되어 국가를 위해 공헌해주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김종찬기자 chani@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