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20일(현지시간) 북한을 17년 연속으로 '최악의 인신매매 국가'로 지정했다.

국무부는 이날 발표한 '2019년 인신매매 실태보고서'에서 북한을 최하위 등급인 3등급(Tier 3) 국가로 분류했다. 이로써 북한은 미 국무부에 의해 2003년부터 매년 최저 등급 국가로 지목됐다.

이는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내용으로, 매년 발표되는 연례 보고서이기는 하나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에 빠진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북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진 날 발표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국은 전날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혐의로 러시아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도 단행했다.

중국은 올해를 포함, 3년 연속 3등급으로 지정됐다. 북한과 계약을 맺고 노동훈련소를 운영해 근로자들이 강제노역하도록 한 러시아 역시 3등급에 포함됐다.

3등급 그룹에는 21개국이 포함됐다. 지난해 22개국에서 볼리비아, 라오스 등 5개국이 빠지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쿠바 등 4개국이 추가됐다.

3등급은 국가 인신매매 감시 및 단속 수준 1∼3단계 가운데 가장 낮은 최악의 단계로, 인신매매 방지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최소한의 기준과 규정도 갖추지 못하는 나라로 평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3등급 국가로 지정되면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의 비(非)인도적 구호 및 지원금 지원이 중단되거나 제한될 수 있으며, 미 정부의 교육 및 문화교류 프로그램 참여도 금지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인신매매 단속과 척결 노력을 인정받아 17년 연속으로 1등급 지위를 유지했다. 1등급 국가는 미국과 캐나다, 영국, 프랑스, 호주, 일본 등 33개국이다.

국무부는 보고서에서 "북한 정부는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완전히 충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중요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이 때문에 3등급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북한 정권이 정치범수용소 등에서의 성인·아동 집단 동원이나 강제노동 국외 송출 등을 통해 국가 주도의 인신매매를 자행해왔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은 이를 통해 발생한 자금을 다른 불법 활동뿐 아니라 정권의 돈줄로 활용해왔다고 국무부는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북한의 경우 정권이 그 주민들로 하여금 국내외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리게 만들고 있으며 그 수익을 '범죄 행위들'(nefarious activities)의 자금을 대는 데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범죄 행위'에 대해 부연하지는 않았으나, 강제노동 수입이 핵·무기 개발 등으로 전용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국무부는 보고서에서 "정부 관리를 포함한 인신매매범들은 북한과 해외에서 주민들을 착취했다"고 지적했다.

국무부는 "북한에서 강제노동은 정치적 탄압 체계의 일부분이며 경제 체제의 한 축"이라며 정치범수용소에 8만∼12만명으로 추정되는 수용자를 두고 있으며 다른 형태의 수용 시설에도 수치가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이 수용돼 있다고 전했다.

특히 해외로 보낸 노동자들은 강제노동에 직면해 있으며 이들의 급여가 북한 정권에 들어가고 수익 창출에 활용된다고 국무부는 지적했다.

국무부는 "노동자의 급여는 전용되고 종종 북한 정부가 관리하는 계좌에 입금된다"며 북한은 이를 정부의 노력에 대한 근로자의 "자발적 기여"라고 주장하면서 급료 대부분을 보유하는 것을 정당화한다고 지적했다.

비정부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정부는 해외 노동자 임금의 70∼90%를 보유하며 이는 북한에 연간 수억 달러(1조원 이상)의 수익을 창출한다고 국무부는 전했다.

북한 정권을 위해 수입을 벌어들이는 노동자는 여전히 약 9만명이 있으며 대부분 중국과 러시아에서 일하지만, 아프리카와 동남아, 유럽 등지에도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고 국무부는 부연했다.

국무부는 북한이 인신매매를 기소해 처벌하기 위한 어떠한 법 집행 노력도, 인신매매 방지를 위한 어떠한 노력도 보고하지 않았으며 피해자 확인이나 보호 서비스 제공과 관련한 노력도 보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보고서 발표장에는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이 딸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이 지난해에 이어 참석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인신매매는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모든 국가의 개인은 자국 영토에서 이 도전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분이 인신매매에 맞서지 않으면 미국이 맞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무부는 세계에서 약 2천490만명이 성매매나 노동착취 등 인신매매에 빠져있다고 추정했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