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승환 기록 1경기 차이로 놓쳐
팀 간부 "한 단계 성장 했을 것"

프로야구 인천 SK 와이번스의 마무리 투수로 우뚝 선 '늦깎이 신인' 하재훈에 대해 구단의 한 간부가 꺼낸 얘기다.
하재훈이 지난 23일 두산과의 홈 경기에서 3-1로 앞선 9회 초에 등판하자, 취재진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30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온 하재훈이 이날도 실점을 안 하면, 2011년에 최다 연속 무실점 경기(31경기) 기록을 세운 오승환(콜로라도 로키스, 당시 삼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하재훈은 첫 타자 최주환에게 볼넷을 주고 김재환에게 안타를 맞아 무사 1·2루의 실점 위기에 놓였다. 이어 타석에 들어선 오재일의 1타점 적시타가 터지자 취재진에선 탄성이 흘러나왔다.
이제 관심은 하재훈이 승리를 지켜낼 것이냐, 아니면 마운드를 넘겨주고 물러나느냐였다. 그것도 아니면, 역전패의 멍에를 쓰느냐였다.
하재훈은 1사 만루의 역전 위기까지 몰렸으나 후속 타자를 삼진아웃과 땅볼 아웃으로 처리하며 1점 차 승리를 지켜냈다.
이 간부는 "내 기준에선 최상의 시나리오"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재훈이가 무너지지 않고 버텨 한 단계 더 성장하게 됐고, 본인이 의식했든 안 했든 간에 무실점 기록의 부담도 털어냈다"고 말했다.
하재훈은 사연이 많은 선수다.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에 도전했다가 뒤늦게 돌아온 중고 신인이다. 2008년 시카고 컵스에 입단한 뒤 2013년 마이너리그 트리플A까지 올랐지만 끝내 빅 리그의 꿈을 이루지 못했고, 이후 일본 무대에서도 빛을 못 봤다.
그렇다고 전문 투수도 아니었다. 하지만 SK는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 16순위로 하재훈을 지명했다. 그의 좋은 어깨를 눈여겨본 것이다.
하재훈은 SK의 시즌 홈 개막전(vs 수원 kt wiz)에서 7회 초 마운드에 올랐다.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앞세워 1이닝 무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를 선보였다. 지난해 시즌 등장한 '괴물 신인' 강백호를 시작으로 kt 중심타선을 삼자범퇴로 처리했다. 그는 데뷔전 승리 투수의 영예까지 안았다.
아내와 두 아들을 둔 가장인 하재훈은 해외를 전전할 때 고생을 많이 시킨 가족을 생각하며 버틴다고 한다. "실패가 두렵지 않다"는 그는 현재 '세이브' 부문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임승재기자 i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