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28일 문을 연 가운데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워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미국과 다자주의를 앞세워 이를 견제하려는 중국의 대립과 경쟁이 가시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전 맹방인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조차도 "오늘 회담에서는 무역, 군사, 국방 무기 구입에 대해 논의하고 싶다"고 압박하며 포문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을 방문하기 전인 지난 26일(현지시간) 미일 안보조약과 관련해 "일본은 미국이 공격받아도 전혀 우리를 도울 필요가 없다"며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기선 제압'을 시도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9일까지 9개국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인데, 양자 접촉을 선호하는 그가 미국 제일주의를 앞세워 양자회담 상대국 정상들로부터 유리한 합의를 끌어내려 할 것이라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전망했다.

그동안 미국의 이러한 태도를 비판해온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일본 땅에 내리자마자 기회 있을 때마다 '자유무역과 다자주의 수호'를 강조하며 대미 견제에 나섰다.

시 주석은 지난 27일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이번 G20 회의에서 '자유무역과 다국주의를 지키자'는 확실한 메시지를 함께 (국제사회에) 내자"고 제안했다.

중국중앙(CC)TV는 중일 양국이 아시아 주요 경제국으로서 함께 다자주의와 자유무역 체제를 수호해야 한다는 데 두 정상의 의견이 일치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G20 정상회의를 원만하게 마무리 지으려는 의장국 일본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본으로서는 미·중의 대립이 회의에 영향을 끼쳐 정상 선언문이 채택되지 못하는 만약의 사태를 피할 필요가 있다고 아사히신문은 지적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오사카에서 미·중이 결정적으로 결렬하면 (일본은) 의장국으로서 설 자리가 없다"고 아사히에 말했다.

의장국 일본의 고민은 27일 열린 중일 정상회담에 대한 일본 언론의 보도에서 드러났다.

보도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체제 구축'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으며, 상대국 기업에 대해 '공평하고 비(非)차별적이면서 예측 가능성이 있는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한다는 원칙도 확인했다.

여기에서 '비차별적 비즈니스'란 중국의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미국이 배제하는 현재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중국 측 주장에 따른 표현이다.

일본 측에선 '공평'하다는 말에 중국의 지적 재산권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의도를 담았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경제 분야 합의에는 (어느 쪽으로도 유리하게 해석할 수 있는) 애매한 표현으로 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신문에 밝혔다.

결과적으로, 중국과 일본 양국 입장에서 해석은 다를 수 있지만, G20 정상회의라는 다자무대에서 만족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이 자국 제일주의를 우선하는 자세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며 무역과 기후변화 등 주요 의제에서 각국의 대립이 심해 의장국인 일본의 '수완'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6일 아베 총리와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파리협정을 거론한 뒤 "만약 각국 정상이 환경문제에 대해 야심적으로 전진할 수 없다면 모이는 의미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국제 협력을 중시하는 마크롱 대통령이 G20에서 미국의 자국 제일주의가 분위기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제동을 걸려고 강하게 견제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일본 언론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발표될 선언문 초안에 미국이 불쾌해할 만한 '보호무역주의 반대'를 직접 의미하는 문구와 '지구 온난화'라는 표현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선언문 초안에 대해 다른 회원국 정상들이 아무런 이의 제기 없이 흔쾌히 수용할 것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이와 함께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오는 29일의 미·중 정상회담과 관련해선 두 정상이 추가 보복 조치 계획을 중단하면서 '휴전'을 선언하고 협상을 재개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반면 오히려 협상의 판이 깨질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