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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으로 추대된 염태영 수원시장이 지난달 26일 수원시청 집무실에서 경인일보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염 시장은 기초 지방정부의 위상 강화를 위해선 "당·정·청과 협력해 기초 지방정부도 '파트너'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며 지방자치와 분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불합리한 사무배분·선심성 복지사업등 지자체 책임 늘고 재정 휘청
중앙·광역·기초 정부간 일방적 관계 아닌 '동반적 관계' 설정 중요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 조속히 국회 통과해 '분권 불씨' 되살려야
시민 입장 최우선… 앞으로도 '쓴소리' 필요할 땐 아낌없이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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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진정한 분권 국가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개척자' 역할을 자처하는 정치인이 있다.

 

자치분권 길라잡이는커녕 지름길을 알려주는 그 흔한 지도조차 기대하기 힘든 여건 속에 중앙집권 국가를 유지하는 편이 이로운 세력의 방해공작도 만만찮다.

그럼에도 이 정치인은 '지방분권의 완성'을 일평생을 관통하는 소임이라고 밝히면서 외골수적인 면모를 보인다.

 

때로는 자존심을 버려가며 분권의 필요성을 호소하고, 때로는 지방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중앙에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자리나 직책이 아닌 분권을 외치는 정치인. 이달부터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 임기를 시작한 염태영 수원시장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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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 시장이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으로 추대된 지 꼭 2주만인 지난달 26일. 

 

수원시청 시장 집무실에서 염 시장을 만났다. 7월부터 시작되는 본격적인 회장 임기를 앞두고, 그가 품고 있는 여러 생각과 포부를 상세히 들어볼 수 있었다.
염 시장은 전국 기초지자체 대표로서 자신의 단기적인 역할을 기초 지방정부의 위상 강화로 꼽았다.

염 시장은 "중앙·광역·기초 정부간 기존의 일방적 관계가 아닌 동반자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며 "가장 시급한 임무는 당·정·청과 협력해 기초 지방정부도 '파트너'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야 하고, 시들해진 지방분권형 개헌의 불씨를 되살려야 한다"며 "그래야만 낮고 가까운 곳에서 주민들의 삶을 세심하게 살피고 함께 보듬어 나갈 수 있는 생활정치, 참여정치를 펼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염 시장은 우선 지방 주도 자치분권 확산 운동을 계획 중이다. 

 

시·도지사협의회와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시·도의회의장협의회, 시·군·구의회의장협의회 등 지방협의체와 지역 주권 강화를 위한 강력한 공조를 이뤄나갈 방침이다.

분권을 화두로 말문을 연 염 시장은 여전한 중앙집권적 사고를 이야기하면서부터 얼굴에 답답함이 묻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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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 시장은 현 자치·재정분권 논의에 대해 "심각한 양극화, 지방소멸, 일자리 위기 등 대한민국이 당면한 여러 문제점은 중앙과 기초정부 간 차별화된 정책을 통해 극복할 수 있음에도 중앙부처는 중앙집권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중앙과 광역정부의 불합리한 사무배분과 정치권의 선심성 복지사업 입법추진으로 기초정부의 책임만 무한으로 늘어 재정이 크게 휘청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체적인 수치자료까지 열거하면서 제대로 된 분권 논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염 시장은 "정부는 11%에 불과한 지방세율을 2020년까지 21%로 단계적으로 인상키로 했다. 2022년까지는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대 3수준으로 개선할 방침"이라며 "하지만, 정부의 방침과는 달리 지방의 재정 상황은 날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가 지난해 '재정분권 추진방안'을 확정 발표한 내용에는 2022년 지방세 비중을 30%까지 올린다고 하지만, 현재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올해 지방소비세율을 4%p 인상한다는 것 외엔 진전된 내용이 없다. 국세 지방세 구도도 8:2로 여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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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 시장은 또 "중앙과 지방이 아닌, 광역과 기초 간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중요한 문제"라며 "현재는 광역정부가 주도하는 사업에 기초정부는 그대로 따라야 하는 실정이기 때문에 향후 도비 보조율 등 기준이 담긴 법령을 새롭게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기득권 입장에서 보면 염 시장은 '송곳'과도 같은 인물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기초지자체인 수원시가 상위단체인 정부, 경기도와 마찰을 빚는 일도 더러 생긴다.

지난달 17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문재인 정부에 비수 꽂고 당론 역행하는 염태영 수원시장의 당원권 정지를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해당 청원은 정부와 경기도의 버스정책에 수원시가 몽니를 부려 현 민주당 정권에 나쁜 여론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의도하지 않은 오해를 받게 된 염 시장은 19일 개인 페이스북 계통을 통해 "버스정책에 대해 수원시는 정부 그리고 경기도와 이견을 보이거나 다툰 적이 없다"며 "토론회 참석을 요청한 것을 두고, 정치적 의도로 왜곡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정치의 왜곡된 단면일 뿐"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염 시장은 이 같은 비판여론에 대해 "기존 선입견에서 보면 불편할 수도 있다. 자치분권을 지방의 시각에서 바라보지 않았고, 주민의 처지에서 그려보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지금까지 지방자치를 바라본 중앙집권적 시각은 이제 버리고, 지방과 주민의 입장을 최우선에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쓴소리가 필요할 때는 지금과 같이 아낌없이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도 내비쳤다.

이처럼 염 시장의 굳은 심지는 그가 가진 분권에 대한 열망과 깊은 관련이 있다.

염 시장은 경기도지사 등 자신의 다음 정치 행보를 놓고 정치권 안팎에서 떠도는 '소문'에 대해 정중히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민선 7기를 끝으로 3선을 모두 채운 염 시장은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민차원의 분권 운동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염 시장은 "지금부터 3년 후, 12년 간 시장을 했던 경험으로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시민 차원의 활동을 본격적으로 해볼 계획"이라며 "이 분야에 관심을 갖는 시민도 많지 않고, 행정·정책 전문가도 소수이기 때문에 나의 경험을 살려 국가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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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 시장은 끝으로 시민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당부했다.

염 시장은 "지방자치가 밥 먹여 주나?, 지방분권이 나하고 무슨 상관이냐는 비아냥을 아직도 가끔 듣는다"며 "그들에게 그동안 지방자치와 분권을 외치지 않았더라면, 과연 수원을 비롯해 전국의 많은 기초 지방정부가 지금처럼 발전할 수 있겠느냐고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1년이 분수령이 될 텐데, 이 시기는 '내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 '수원의 가치를 한 단계 높이는 시기'가 될 것"이라며 "여야의 정쟁이나 특정 정당의 당략으로 자치분권의 골든타임을 놓쳐선 곤란하다. 자치분권이라는 시대정신에 함께해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대담/이재규 사회부장·정리/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사진/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염태영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은?

▲ 1984년 서울대학교 농화학과 졸업

▲ 2004년 수원환경운동센터 공동대표

▲ 2005년 대통령비서실 국정과제담당 비서관

▲ 2010년~ 수원시장

▲ 2017년~전국자치분권개헌추진본부 공동대표

▲ 2018년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장

▲ 2019년~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