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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알코올 농도 기준 낮추고 '2진 아웃제'
출근길 숙취단속, 대중교통 이용 늘어
체증유발 등 불만 일부 노골적 저항
경찰청 "음주사고 10분의 1 출근시간"
대리운전업계 '미소' 외식업계 '울상'
자가측정기 인기·단속정보앱 악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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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잔에 '아웃' 되는 세상 아닙니까."

화성에서 수원 영통으로 출근하는 채모(54)씨는 이제 회식이 있는 저녁엔 차를 회사에 두고, 택시를 타고 귀가한다.

아침엔 평소보다 30분 빨리 나와 마을버스를 타고 수원역에 도착, 지하철로 갈아타고 회사로 간다.

 

처음엔 어색했다. 자가용 운전으로 출근해 온 25년의 시간 동안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하는 것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술 마신 다음 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음주단속 적발 기준을 강화한 제2 윤창호법은 그의 아침 일상을 완전히 바꿨다. 하는 일의 특성상 1주일에 4번 이상 술을 마셔야 하는데, 매번 아침·저녁 대리비를 지출하기엔 경제적 부담이 너무 컸다. 술 마신 다음 날, 그는 뚜벅이가 될 수밖에 없었다.

# 변화한 '출근길' 풍경

제2 윤창호법이 시행된 첫날(지난달 25일) 출근길 풍경은 장관이었다.

일부는 출근길에 대리운전을 부르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조심하기도 했지만, 윤창호법을 까맣게 잊은 수많은 출근자들이 아침 음주단속에 울상을 지었다. 최근에는 대중교통으로 출근하는 이들이 늘어나며 스스로 조심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스스로 조심하기도 하지만 저항도 만만치 않다. 특히 저녁보다 아침의 '숙취 운전 단속'이 늘어나면서 가혹하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실제로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일까지 출근시간대(오전 6시~8시) 단속건수가 약 20% 늘었다. 실제 출근길 숙취 단속에서도 욕설을 퍼부으며 지나가는 운전자들을 왕왕 볼 수 있었다.

경찰은 출근시간대 음주 사고의 위험성 때문에 아침 단속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전체 음주사고 중 10분의 1은 출근 시간대에 나온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7년 음주운전사고 1만9천517건 중 오전 6~10시에 발생한 건 1천911건이다. 경기도의 경우 4천952건 가운데 504건이 출근시간대 음주운전 교통사고다.

영국손해보험회사 RSA와 영국 브루넬대학교 연구진의 2008년 실험결과에서도 숙취 운전자가 일반 운전자보다 평균 시속 16㎞ 빨리 달리고, 교통 신호 위반은 2배 많았으며, 차선 이탈은 4배 많았다.

경찰 관계자는 "다음 날 아침 멀쩡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론 음주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현장 경찰관들도 "솔직히 아침에 단속하면 배는 힘들다"며 "운전자들도 격하게 저항하고, 개 중엔 막힌다고 욕설을 하는 운전자도 많다. 그럼에도 꼭 필요해서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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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음주단속중인 경찰. /경인일보DB

# 제 2 윤창호법 효과 있을까

만취(0.134%) 운전자의 차량에 치여 숨진 고(故) 윤창호(22)씨 사건 이후 음주운전과 관련된 법이 2번이나 개정됐다.

지난해 12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특가법)을 개정해 음주운전 사고 처벌을 강화하는 '제1 윤창호법'이 탄생했고, 제2 윤창호법은 면허정지와 취소의 혈중알코올농도 기준을 낮춰 '술=음주운전'으로 인식하게끔 하는 것이 핵심이다.

'면허정지 100일'을 처분하는 혈중알코올농도 기준수치를 0.05%에서 0.03% 이상으로 낮췄고, 면허취소 기준도 0.10%에서 0.08% 이상으로 강화됐다. 또 '3진아웃제'를 '2진아웃제'로 바꿔, 음주운전 2회 적발 시 가중처벌하도록 강화했다.

법은 효과가 있었다. 제2 윤창호법 시행 이후 열흘이 흐른 현재, 음주단속 집계도 변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전국에서 270건이 음주단속에 적발됐다.

시행 전인 1~5월 하루 평균 334건과 비교하면 19.2% 줄어든 수치다. 집중단속 시간대(오후 10시~오전 4시)의 단속 건수는 약 23.4% 줄었다.

# 대리업계 미소, 외식업계 울상

출근길에 만난 택시운전사 하모(55)씨는 "법 개정 이후 아침에 택시로 출근하는 사람이 꽤 늘었다"고 귀띔했다.

대리운전 업계도 조심스레 반기는 모양새다. 출근길에도 대리운전을 부르는 사람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김종용 사단법인 전국대리기사협회 회장은 "현장 대리기사들이 요즘 부쩍 새벽 콜이 늘었다고 하더라"며 "시행 초기라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지만, 중장기적으론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택시·대리운전업계가 웃는 반면, 노래방·술집 등 유흥업소들은 매출 하락에 울상을 짓고 있다. 회식을 1차로 간단하게 끝내려는 움직임들이 늘어나면서 2차 회식장소로 찾는 노래방은 직격탄(?)을 맞았다. 수원의 한 노래방 사장은 "지난주보다 매출이 반토막"이라고 토로했다.


# 단속을 피하는 방법, 꼼수도 급증

자가 음주측정기도 다시 불티다. 온라인 쇼핑몰 위메프에 따르면 지난달 15일부터 24일까지 음주측정기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4배 더 팔렸다. 온라인 쇼핑몰 티몬에선 음주측정기 매출이 10배 정도 급증했다.

SNS에는 '위드마크 공식'으로 계산한 '술 종류별 혈중알코올분해 소요시간'이 공유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위드마크 공식이란 알코올 농도별 음주량과 체중 등을 고려해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계산하는 방법인데, 70㎏ 성인 남성이 소주 1병을 마셨을 때 알코올이 완전히 분해되려면 4시간6분이 걸린다는 식이다.

맹신은 금물이란 의견도 있다. 도내 한 교통 담당 경찰은 "체중뿐만 아니라 개인의 건강 상태나 음주량에 따라 알코올 분해 속도는 차이를 보인다"며 "(위드마크 계산법은)참고 사항일 뿐, 이를 맹신하고 운전하는 건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단속을 피하려는 꼼수도 만연하고 있다. 경찰의 음주단속 위치를 공유하는 애플리케이션이 성황인데, 누적 사용자 424만여명을 기록한 음주 단속 'D' 앱은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 인기 앱 1위에 올랐다.

이에 따라 정치권은 꼼수를 규제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재호 의원(부산 남구을)이 대표 발의한 '도로교통법' 및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그것이다.

정보통신망을 통해 퍼지는 음주운전 단속정보를 불법정보로 규정해, 이를 영리 목적으로 유포하면 처벌하는 내용이 골자다.

/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