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여 총장
대학주변 방세 너무 비싸다는 학생들의 하소연 많이 들어
반값 원룸의 사업 취지 듣고 100% 공감… 고민 없이 참여
굳건한 마음가짐 중요… 새우잠을 자더라도 고래 꿈 꾸길
#은수미 시장
성남시 소재 대학들과 의견 조율했을때 가천대만 동행 의사
'국내 대학 첫 인공지능 학부' AI 성지 성남시장으로서 환영
청년 세대들이 어려움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다
기회의 사다리 박탈·지나친 경쟁·일자리·결혼에서부터 주거 등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아프기만 한 청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중에서도 '청년 주거' 문제는 기본적인 의·식·주의 문제이기에 정부는 물론 각 지자체가 앞다퉈 대책을 내놓고 있다.
'반값 원룸'은 대학교와 지자체가 손잡은 청년 주거 대책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경기도에서는 처음, 전국에서는 두 번째로 시도되는 '반값 원룸'은 은수미 성남시장, 이길여 가천대학교 총장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의기투합해 지난 6월 18일 성남시청 9층 상황실에서 가진 '지역 상생형 대학생 반값 원룸 사업 추진에 관한 업무 협약식'을 통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반값 원룸'을 빚어낸 이길여 가천대 총장과 은수미 성남시장의 희망은 '청년 대학생들이 경제적 부담을 덜어 학교생활에 전념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하고 소박한 두 사람의 희망은 등록금은 물론 생활비도 대출받아 생활하는 팍팍한 청년 대학생들에게는 '카이로스'(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기회의 신)가 될 수도 있다.
이길여 총장과 은수미 시장에게 '반값 원룸'의 얼개와 배경, 의미 등을 들어봤다.
또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계 인사, 경기도 유일의 여성 단체장이 되기까지 쉽지 않은 청춘을 건너온 두 사람에게 청년 이야기도 청해 봤다. 인터뷰는 서면을 통해 공통질문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 반값 원룸에 대해
은수미 시장은 "성남시·가천대·LH 간 상생협약 체결로, LH는 집주인에게 집수리비 및 보증금 대출을 지원하고 성남시·가천대는 입주대학생에게 월세를 일부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반값 원룸'을 소개했다.
이어 "대학생들은 부담해야 하는 월세 중 20만원을 대학교와 성남시로부터 지원받게 되고 대학교는 기숙사 추가 건립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되며 주택소유자는 안정적인 장기 임대수익을 보장받게 된다"고 밝혔다.
은 시장은 그러면서 "성남시 소재 대학들과 의견을 조율했을 때 가천대만 함께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다"면서 "덧붙여 가천대가 국내 대학 최초로 AI(인공지능)학부를 신설하는 것에 대해 AI의 성지인 성남시장으로서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길여 총장은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학비 부담 외에 대학 '주변 방세가 너무 비싸다'고 하소연을 많이 한다.
학생들의 주거 문제는 항상 하는 걱정 중 하나여서 은수미 시장의 반값 원룸 사업 취지를 듣고 100% 공감했다"며 "학생들이 다른 걱정 없이 학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 위해 고민 없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가천대는 총 2천여명을 기숙사에 수용할 수 있다. 가천대는 특히 대학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지방학생들의 입학비율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며 "전국의 2천여개 고등학교 학생이 지난해 입시에서 가천대를 지원했다. 이른바 전국구 대학이 된 것이다. 여기에 외국인 학생들의 입학도 늘어나 기숙사에 들어가기가 만만치 않다.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곧 제3 기숙사를 지어 더 많은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장은 "그러나 현실적으로 기숙사 추가 신축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이번 반값 원룸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면서 "주거난 해소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대학생들을 위한 이번 '반값 원룸'은 은수미 시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은수미 시장은 사회적 약자인 청년들에 대한 큰 관심을 쏟고 있으며 다양한 복지정책을 펴고 있다. 청년이 희망이라는 모토처럼 성남시와 우리 대학, LH가 함께 힘을 모은 이번 협약을 통해 우리의 젊은이들이 주거로 인한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게 됐다"고 말했다.
# 청년에 대해
이길여 총장은 "병원을 운영하면서 어떻게 하면 환자들을 더 잘 고치고 덜 아프게 할 수 있을까 항상 고민했다"며 "그래서 서른두 살의 나이에 미국 유학을 갔고, 마흔셋에 일본 유학을 갔다. 나이 들어 시작한 본격적인 의학 공부는 참으로 힘들었다. 그러나 힘들게 배운 선진 의술은 의사로서 나의 능력을 튼튼히 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가끔 옛일을 생각해 본다. 학교 가기가 힘들다거나 전쟁 핑계를 대며 공부를 소홀히 하고, 친구와 아버지의 죽음에서 진한 슬픔을 느끼지 못했다면 과연 의사가 될 수 있었을까 싶을 때가 많다. 뒤돌아 생각해 보면, '의사가 되겠다'는 어린 시절의 꿈이 간절했기에 수많은 시련도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이 총장은 "사람들은 저마다 꿈이 있다. 그러나 꿈을 현실로 이루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 꿈을 절실히 원하지 않거나, 자신이 그 꿈을 이룰 자신이 없다고 믿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렇게 마음을 먹어 버리면, 자신의 꿈과 현실의 간격은 더욱 멀어지고 만다. 중요한 것은 어떤 좌절에도 굴복하지 않겠다는 굳건한 마음가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 젊은이들을 만날 때마다 '새우잠을 자더라도 고래 꿈을 꾸어라, 간절히 꿈꾸고 뜨겁게 도전하라'고 말하곤 한다. 지금 어렵게 살더라도 가슴에 뜨거운 열정과 꿈을 간직하고,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꼭 꿈을 실현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은수미 시장은 "자기 내부에 있는 힘을 믿으라"면서 "대책 없이 낙관적인 말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변화란 믿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지금 당장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좌절하지 않길 바란다. 희망이 사라지면 포기하게 된다"고 말했다.
은 시장은 "청년 세대들이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믿는다"며 "청년들이 마음껏 꿈을 꾸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다. 여러분 세대의 시대가 활짝 열리는 것을 볼 수 있다면 인생에 있어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글/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
■이길여 총장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일본 니혼대학교 의학부 의학박사 ▲1982년 사단법인 한국여자의사회 회장 ▲1991년 재단법인 가천문화재단, 가천박물관 설립 ▲1992년 사회복지법인 새생명찾아주기운동본부 설립(현 이사장) ▲1993년 사단법인 가천미추홀청소년봉사단 설립(현 총재) ▲1995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동창회 회장(5회 연임) ▲2002년 가천길재단 회장(현) ▲2003년 의사협회 '한국의학 100주년 기념사업위원회'위원장 ▲2007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이사장 ▲2008년 카이스트 명예 이학박사 ▲2008년 의료법인 길의료재단 설립자 및 명예이사장(현) ▲2011년 헌법재판소 자문위원 ▲2011년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초대 이사 ▲2012년 가천대학교 초대 총장(현) ▲2014년 경인지역 대학총장협의회 회장
■은수미 시장은?
▲미림여자고등학교 졸업·서울대학교 사회학 박사 ▲2005년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2008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노동정책 자문위원 ▲2011년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시정위원회 위원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2012년 국회 복지노동포럼 연구책임의원·환경노동위원회 위원 ▲2013년 제19대 국회 운영위원회 위원 ▲2014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위원·국민안전혁신특별위원회 위원 ▲2015년 더불어민주당 제4정책조정위원회 위원장 ▲2016년 더불어민주당 성남중원구 지역위원장·경기도당 여성위원회 위원장 ▲2017년 대통령비서실 여성가족비서관 ▲2018년 성남시장(현) ▲저서-날아라 노동(2012)·여성의 일, 새로고침(2014) 등 다수
성남시와 가천대는 가천대 학생이 월세 40만원(보증금 1000만원)의 원룸을 본인 부담금 20만원에 거주할 수 있게 각각 10만원씩 지원한다.
거주할 원룸은 성남시가 참여 주택을 모집하거나 대학생이 직접 대상 원룸을 물색하는 방식으로 정한다.
LH는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학생에게 보증금 1000만원을 연 1%로 대출하고, 거주할 원룸의 집수리를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