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우리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오래전에 유럽에 정착했음을 입증할 두개골 화석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 튀빙겐대학의 고인류학과장 카테니라 하르바티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1970년대 말 그리스 남부 아피디마 동굴에서 발견된 두개골 화석중 하나가 최소 21만년 전 현생인류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과학 저널 '네이처'에 게재한 논문에서 "이들 화석은 1970년대 말에 발견됐지만 그 형태가 온전하지 않은 데다, 화석학상 왜곡과 고고학적 맥락 및 연대 결여로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고 설명했다.
논문은 이어 "이들 두개골을 가상으로 복원해 분석했고 방사성 동위원소 분석법으로 연대도 추정했다"며 "그 결과 한 개의 두개골은 17만년 전 네안데르탈인의 형태학적 패턴을 보였고, 다른 하나는 21만년 전의 것으로 현생인류와 원시인의 특징이 혼재되어 있었다"고 부연했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는 홍적세(洪積世, 신생대의 마지막 단계로 오늘날과 같은 기후 상태와 대륙빙하 발달이 교대로 나타나던 시기) 중기에 이곳에 네안데르탈인에 이어 초기 호모 사피엔스가 존재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또 "연구 결과는 초기 현생 인류가 아프리카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확산했으며, 홍적세 인류 진화와 유럽 동남부의 현생인류 존재 등을 규정하는 복잡한 인구학적 과정을 나타낸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아피디마 동굴의 두개골은 지금까지 아프리카 이외 지역에서 발견된 호모사피엔스의 유골 중 가장 오래된 것이 된다.
또 이는 현생인류가 아프리카를 벗어나 유럽에 도착한 시기를 최대 16만년 이전으로 추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만약 초기 현생인류가 21만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나왔다면, 이들은 네안데르탈인이 살았던 레반트(그리스, 시리아, 이집트를 포함하는 동부 지중해 연안 지역)에 정착했다가 본격적으로 서진해 유럽으로 퍼져 나갔을 수 있다.
지난해 이스라엘 북부 미슬리야 동굴에서 발견된 호모 사피엔스 화석의 연대가 20만년 전으로 추정되는 것도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이를 입증할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스페인 고인류학자인 후안 루이스 아수아가는 "발견된 두개골은 그런 강력한 주장을 하기에 너무 불완전하다"며 "과학에서 놀라운 주장에는 놀랄만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스콘신대의 고인류학자인 존 혹스도 "우리의 종(種)을 확인하는데 이렇게 작은 두개골 조각을 이용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논문에는 두개골의 뒷부분이 더 둥글고 옆면이 더 수직에 가까워 현생인류와 가깝다고 하는데, 작은 부분이 모든 이야기를 해준다는 가정을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