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권 구현을 줄곧 강조했는데
관문 역할을 넘어 세계 네트워크 활용
제조·물류 등 '수요 창출형' 기능 필요
#어떻게 추진할 계획인가
혁신 기업 유치위한 규제 프리존 필요
정주여건 개선등 국토부·인천과 협치

외국으로 여행이나 출장 등을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곳 중 하나다.
인천국제공항은 우리나라 대표 공항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높은 서비스 수준을 자랑한다. 지난해 인천공항을 이용한 국제여객은 6천767만명에 달한다.
전 세계 공항 중 다섯 번째로 국제여객이 많다.
인천공항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단순한 관문 역할을 넘어 하나의 경제권을 형성하려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구본환(58) 사장이 취임 100일을 맞았다. 지난 4월16일 취임했으니 이달 24일이 딱 100일째 되는 날이다.
그는 취임 이후 줄곧 '인천공항경제권' 조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인천공항이 단순한 관문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관련 비즈니스와 첨단산업의 허브가 돼야 한다고 했다.
물류·관광 등 공항과 연계된 산업을 아우르는 경제권 조성은 우리나라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란 기대감도 나타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책관으로 있을 때 중국의 사드 보복이 있었습니다. 피해 상황 등을 확인하기 위해 지방공항을 돌아다녔는데, 여객 감소로 피해가 컸습니다. 수요에 대응하는 것이 아닌 '수요 창출형'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정립한 개념이 '공항경제권'입니다."

구본환 사장은 "공항경제권은 전 세계와 가장 빠르게 연결되는 속도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제조·항공정비·물류·관광의 거점을 구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를 '직접경제권', 송도국제도시·검단신도시·강화도·김포 등을 '배후경제권'으로 구분해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천공항경제권 구현을 위해 '규제 완화'와 '협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천공항에 혁신적인 기업을 유치할 수 있도록 '규제 프리존'을 도입해야 합니다. 글로벌 기업이 자국에서 사업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정도의 언어·교통·주거 환경을 조성하고 세금 감면 등 전면적인 규제 완화를 통해 세계적인 공항경제권을 조성해야 합니다."
정주 여건 개선, 규제 완화 등 이러한 일들은 인천공항공사 혼자만의 노력으로 절대 이뤄질 수 없다.
구본환 사장은 "국토부를 비롯한 중앙부처와 인천시 등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실현할 수 있다"며 "공항경제권은 인천공항의 위상을 높이면서 대한민국의 신성장 동력 역할을 할 것이다. 인천의 도시 인프라 확충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항공정비단지(MRO)에 대해서는 '공항경제권'의 중요한 축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인근에 100만㎡ 규모의 MRO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그는 "인천공항은 하루 1천여 편의 항공기가 운항하지만, MRO 산업은 아직 미약한 상황"이라며 "인천공항이 항공기를 정비·수리하는 공항이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외국 MRO 기업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임식 때 말한 '초격차 공항' 이란
기술·서비스 혁신으로 차별성 더해
다른 공항 못 따라오게 경쟁력 강화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 우려했는데
종부세·재산세 800억 정도 늘어날 듯
정부, 허브공항 가진 특수성 고려해야

기술·서비스 혁신을 통해 다른 공항들이 따라올 수 없도록 차별성과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 되겠다는 것이다.
"인천공항이 4단계 건설사업을 완료하는 2023년에는 연간 1억명의 여객 처리 능력을 보유하게 됩니다. 이는 베이징공항과 유사한 규모입니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기술을 빠르게 도입해 공항 운영을 혁신하고, 변화하는 여객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나갈 계획입니다."
구본환 사장은 '지능형 공항 운영 체계'를 개발해 공항 운영의 패러다임을 선도할 것"이라며 "여객들에게 다른 공항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인천공항만의 경험과 가치를 선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천공항은 인천 영종도에 있다. 인천공항의 성장은 인천 발전으로, 인천의 발전은 인천공항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다. 구본환 사장은 "인천시와 함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공항공사는 2022년까지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1천억원 투자, 일자리 5만개 창출, 사회적기업 100개 육성 등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국내 최대 수준의 사회공헌 사업을 통해 인천과 동반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했다.
인천공항은 제1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사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12일 인천공항을 방문해 공공기관 비정규직 문제 해소를 주문했다.
인천공항 노사는 2017년 정규직 전환 대상과 인원, 처우 개선 재원 등 큰 틀에 대해 합의했다. 현재 세부 사항을 협의하고 있다.
구본환 사장은 "올해에는 세부 채용 절차와 정년 등에 대해 합리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충분한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며 "정부의 가이드라인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공공기관 정규직화 정책의 모범적인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정규직 전환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구본환 사장은 행정안전부가 추진 중인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 작업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지방세법 시행령이 개정되면, 인천공항공사는 국제업무지구·유수지·공항신도시·물류단지 등이 분리과세 대상에서 제외되고 종부세와 재산세가 800억원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는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외국 기업을 유치하고, 여객과 항공사의 부담을 덜어주는 인천공항공사의 특수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안은 인천공항의 경쟁력을 약화하고, 국민·항공사·입주기업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또 "(정부는) 어려운 국내 경제 여건과 인접국과의 치열한 허브공항 경쟁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구본환 사장은 취임 후 인천공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립했다.
최근에는 미래사업추진실을 미래사업본부로, 공항연구소를 공항산업기술연구원으로 확대하는 등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조직 개편을 완료했다.
그는 "이번 조직 개편의 핵심 키워드는 '미래'"라며 "인천공항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조직원과 논의를 거쳐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고 했다.
구본환 사장은 인천공항에서 진행하는 공사 등에 대한 발주 제도를 개편했다.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평가위원단과 평가위원 점수를 공개하도록 개선한 것이다.
그는 "세계 일류 공항이 되기 위해서는 공정성과 투명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공개', '참여', '토론'이라는 원칙을 토대로 조직 개편 단행과 발주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고 했다.
구본환 사장은 "인천공항공사는 글로벌 공항기업으로 도약하느냐 주저앉느냐의 갈림길에 있다"며 "인천이 글로벌 교역과 생산의 중심이자 공항경제권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정운기자 jw33@kyeongin.com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구본환 사장은?
▲ 1960년 전북 전주 출생
▲ 1979년 전북 전주고 졸업
▲ 1983년 서울대 언어학과 졸업
▲ 1989년 제33회 행정고시 합격
▲ 1991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정책학 석사
▲ 1997년 영국 버밍엄대 대학원 지역정책학 석사
▲ 2013년 한양대 대학원 교통계획학 박사
▲ 2003년 6월~2004년 3월 건설교통부 국제항공과 과장
▲ 2011년 7월~2011년 12월 국토해양부 서울지방항공청장
▲ 2011년 12월~2013년 4월 국토교통부 철도정책관
▲ 2017년 9월~2018년 7월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
▲ 2019년 4월~ 현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