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한 대학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를 지지하는 홍콩 학생과 중국 본토 학생들이 충돌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1일 보도했다.

소셜미디어에 유포되는 동영상을 보면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 내에 마련된 '레넌 월' 앞에서 한 홍콩 출신 여학생과 중국 본토 남학생 3명이 격한 언쟁을 벌이는 모습이 담겼다.

레넌 월은 1980년대 체코의 반정부 시위대가 벽에 존 레넌의 노래 가사와 구호 등을 적어 저항의 상징으로 만든 것에서 유래했으며, 현재 홍콩 곳곳에는 송환법 철폐 등을 요구하는 레넌 월이 만들어졌다.

동영상을 보면 중국 본토 출신 남학생이 홍콩 출신 여학생에게 "세계에 홍콩이라는 나라는 없다. 홍콩은 중국의 일부다. 중국인이 되고 싶지 않다면 다른 나라 국민이 돼라"고 몰아세웠다.

다른 남학생은 이 여학생에게 "사람의 말을 못 알아듣는 돼지"라고 욕설을 퍼붓더니 갑작스레 이 여학생을 밀어서 쓰러뜨렸다.

폭행을 당한 홍콩 출신 여학생은 뉴질랜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신체적으로 다치진 않았지만,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며 "뉴질랜드에 표현의 자유를 막으려는 사람들이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사건이 알려지자 조사에 착수한 오클랜드 대학 측은 "우리는 학문과 언론의 자유에 충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4일에는 호주 브리즈번의 퀸즐랜드 대학 캠퍼스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에 대한 연대의 의미로 연좌시위를 벌이던 홍콩 출신 유학생들을 중국 본토 출신 유학생들이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편 온라인 뉴스 매체 '뉴스룸'은 지난달 오클랜드 공대가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3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개최하려고 했으나, 중국 관료들의 항의를 받은 후 이를 취소했다고 전했다.

톈안먼 사태는 1989년 6월 4일 민주화와 정치개혁을 요구하면서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시위를 벌이던 대학생과 시민들을 중국 정부가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해 무자비하게 유혈 진압한 사건을 이른다.

지난해에는 오클랜드 대학이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전 세계에 중국 문화를 전파하는 역할을 하는 '공자학원'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방영하려고 했으나, 결국 방영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질랜드 야당은 "중국 관료들이 중국 정부에 불리한 견해의 확산을 막기 위해 계속해서 뉴질랜드 대학에 간섭하고 있다"며 "이는 표현의 자유 등 뉴질랜드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콩=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