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억 짜리 흉물 오명' 월미은하레일의 실패 교훈 삼아
인천교통공사, 안전기준 도시철도 수준으로 맞춰 재정비
월미공원·문화의거리·박물관역등 각기 다른 풍경 매력
놀이시설등 패키지 검토… 10월 '시민의 날' 개통 가능성
월미바다열차가 안전성 논란을 딛고 신뢰를 회복해 월미도와 인천 구도심 관광 활성화를 견인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월미바다열차는 두 칸으로 구성된 작은 지하철처럼 생겼다. 1칸에 23명씩 총 46명이 탑승할 수 있다.
월미바다열차를 타보니 승차감은 지하철과 비슷했지만, 진동과 소음은 지하철 보다는 조금 컸다.
평균 속도는 14㎞/h로 레일 한 바퀴를 도는데 35분이 걸린다. 운행 간격은 8분이다.
열차를 타면 인천 개항의 상징인 '갑문'부터 세계 기네스에 등재된 '사일로 벽화'까지 그야말로 인천 내항 일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열차는 경인전철 시발역인 인천역(월미바다역)을 출발해 월미공원역, 월미문화의거리역, 박물관역, 다시 월미공원역을 지나 월미바다역까지 운행한다.
성인 기준 1인 8천원 요금을 내고 타면 두 번을 탈 수 있다. 역마다 열차 창밖으로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는 것이 흥미롭다.
관광객들은 열차를 타다가 월미문화의거리역에 내려 바다를 보거나 박물관역에서 내려 전시관을 둘러보며 월미도 구석구석을 즐길 수 있다.
운영주체인 인천교통공사는 열차 안전 기준을 도시철도의 수준으로 맞췄다.
자동운행 시스템을 컨트롤하는 관제실에서 급속브레이크 작동을 통제하고, 기상 상황에 따른 대처를 한다. 크고 작은 사고로 번번이 개통이 좌절됐던 '월미은하레일'의 실패를 교훈삼았다.
월미도 외곽을 도는 과거 '월미은하레일' 사업은 2008년 2월 기본계획 수립을 시작으로 월미관광특구와 구도심 활성화를 목적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준공 후 2010년 시험운행 도중 안내륜 축이 절단되는 등 부실 사고가 발생해 사업은 전면 중단됐다. 당시 투입된 사업비는 853억원이었다. 열차가 운행되지도 못하는데 레일이 월미도 바다 전경을 해쳐 철거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었다.
그러나 철거에도 수백 억 원이 든다는 것이 알려진 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후 2013년 은하레일을 '레일바이크'로 활용하기로 하고 민간 사업자를 공모해 이듬해 사업자를 선정했다.
그러나 이 역시 설계·계약상 문제로 흐지부지되다가 2017년 계약이 해지됐다.
마침내 인천교통공사는 지난해 4월 자체 재정사업으로 46인승 규모의 월미모노레일 사업으로 바꿔 진행하기로 하고 그해 12월 대림모노레일을 사업 시행자로 결정했다.
교각을 최대한 재활용하면서도 하부 안전을 보강하고 기존의 1개 레일을 3개로 교체했다.
최대 숙제였던 안전성 문제는 주행 레일 양쪽에 보조레일을 설치하고, 전 구간에 대피로까지 설치해 해소했다. 2m/s 이상 강풍이 불거나 진도 4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열차는 자동 정지한다.
인천교통공사는 구간별로 담긴 인천의 이야기를 승객에 설명하는 문화해설사 운영도 시간대별로 실시할 예정이다.
개통일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시범 운행을 거쳐 10월 인천시민의 날을 맞아 운행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월미바다열차와 월미도 유람선, 월미도 놀이공원 내 유희시설, 월미산 이민사박물관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패키지 탑승권 발매도 검토 중이다.
내년에 복합문화공간인 인천항 8부두 상상플랫폼과 2023년 말 국립인천해양박물관(월미박물관역 인근)이 개관하면 월미바다열차 이용객도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인천교통공사 관계자는 "월미은하레일이 월미도 인근 관광을 활성화할 뿐만 아니라 실패한 사업에서 성공한 사업의 '아이콘'이 될 수 있도록 신뢰 회복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별로 살펴보는 주요 풍경
■ 월미공원역
= 월미공원역에서는 그동안 가까이 있지만 잘 보지 못했던 항만의 풍경을 느낄 수 있다.
항만의 도시답게 철재, 목재, 중고차가 각각 적재된 창고들이 눈에 띈다. 곳곳에 '여인숙', '철물가게'라고 쓰인 옛 가게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월미공원 앞에 있는 월미공원역은 월미바다열차의 심장부이기도 하다.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종합관제실과 열차를 점검하는 정비고가 있다. 무인열차의 안전을 책임지는 역할을 한다.
■ 월미문화의거리역
= 월미공원역에서부터 5분 정도 달리면 월미도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선로에 평온하게 앉아 있던 갈매기가 열차 옆으로 분주하게 날아가는 모습이 '바다'에 왔다는 것을 실감 나게 한다.
수평선 끝으로 영종신도시와 인천대교를, 그 반대편으로 월미도의 상징인 관람차 놀이기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친숙했던 월미도 바다를 위에서 내려다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흥미롭다.
월미도를 지나고부터는 인천 개항의 상징인 '갑문' 근처를 지나는데, 운이 좋으면 배 한 척이 갑문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볼 수 있기도 하다.
■ 박물관역
= 이곳에서는 인천항갑문홍보관, 한국이민사 박물관, 인천 해사고를 지나 철강부두(6부두), 곡물부두(7부두)와 복합문화시설 상상플랫폼이 들어설 8부두의 전경이 내려다 보이는 진귀한 풍경도 엿볼 수 있다.
창고에 줄지어 있는 중고차들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왼쪽으로는 고즈넉한 월미공원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다시 월미공원역으로 들어가는 길에는 곡물 저장용 산업시설에 벽화를 그려 세계에서 가장 큰 야외벽화로 세계 기네스에 등재된 '사일로 벽화'도 10m 앞에서 볼 수 있다.
올려다 보기만 했던 사일로 벽화를 아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거대한 여객선과 항구의 시설에 이곳이 산업의 중심축인 인천항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 월미바다역
= 인천역이 있는 월미바다역으로 가는 길에는 구도심 활성화를 이끌 앵커시설로 조성되는 상상플랫폼을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인천 최초의 관광호텔인 올림포스호텔, 인천 방직·노동 역사가 깃든 동일방직도 볼 수 있다. 차창 밖으로 차이나타운이 보이면서 열차 여행은 막을 내린다.
열차는 6.1km 길이에 4개 역을 거쳐 한 바퀴를 도는 35분간 인천의 바다, 그리고 항만의 모습을 선사했다.
/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