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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경기도·시군 단속 현장

이재명 지사 "한곳도 없게" 특사경 69곳 적발
남양주시 "불법 개선돼야 선진국" 82곳 철거

#시민들도 긍정적 반응

"백숙·닭볶음탕 일색… 음식값 폭리가 문제"
"시민에 돌려준다니 반가워" "쾌적 공간 기대"

#해마다 영업 재개가 문제

업주 "과태료 내면 그만… 한철 장사 포기못해"
道 "반복되면 유착 의심" 담당직원 감사 초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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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제 보복 여파로 여름 휴가지로 일본을 택했다 취소한 A씨.

대신 가까운 계곡으로 향했지만 비싼 값을 내고 음식을 시키지 않으면 앉을 수조차 없는 상황에 기분만 상했다.

A씨처럼 다수의 피서객들이 일본 대신 국내로 눈길을 돌렸지만 돌아오는 것은 한숨뿐.

터무니없이 비싼 요금에 성행하는 불법 영업으로 원성이 높아지자 지자체가 칼을 빼들었다.

경기도민생특별사법경찰단은 최근 주요 계곡 16곳을 단속했고 그 결과 불법 영업 중이던 69개 업소를 적발했다.

급기야 이재명 도지사는 "불법 영업하는 곳이 내년 여름에는 한 곳도 없도록 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특별 TF팀까지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 '보이콧 재팬'이 오랜 기간 방치됐던 계곡의 불법 평상을 없애는 나비효과를 일으킨 셈이다.

여름 한 철을 노려 계곡에 평상을 설치하고 음식을 파는 불법 행위와의 전쟁은 남양주시가 포문을 열었다. 남양주시는 지난해 8월부터 하천 불법 영업 청산 작업을 시작했다.

남양주 청학리 계곡은 무려 50년 전인 지난 1970년대부터 음식 영업이 성행하던 곳이다. 1.5㎞에 이르는 계곡 양쪽으로 모두 47곳의 음식점이 들어섰다. 이들은 소규모 소매점으로 신고를 한 뒤, 휴가철을 틈 타 음식점 영업을 펼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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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수지구 고기리 계곡에서 식당들이 그늘막과 평상 등 불법 시설물을 설치한 채 영업을 하고 있는 모습. /경인일보DB

시는 청학리 계곡과 은항아리 계곡, 월문계곡 등을 점검해 최근 82개에 달하는 불법 음식점을 철거했다.

시 관계자는 "업주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예전까지는 '잠깐 단속하고 말겠지'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이번엔 계곡과 하천 불법 영업을 완전히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여줘 철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는 집단적인 반발 움직임에 단속 전담팀을 꾸려 행정 집행 의지를 보여주고, 업주 한 명 한 명을 직접 찾아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조광한 남양주시장은 "일상의 불법이 개선돼야 선진국"이라며 "선진국 어느 나라에도 공공 하천을 불법 점유해 영업하는 곳은 없다. 시민의 것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것이 자치단체의 당연한 의무"라고 강조했다.

하천·계곡에서 불법 운영되는 음식점의 유형도 다양하다. 최근 경기도 수사를 통해 적발된 포천시 백운계곡 소재 업소는 그늘막과 평상과 같은 가건물 12개를 불법 설치하고 이동갈비를 팔았다. 그 면적만 758㎡에 달했다.

더구나 이 업소는 물놀이장을 만든다는 이유로 계곡 물을 막는 보를 불법으로 설치했다.

양주 장흥유원지의 한 불법 업소는 그늘을 막을 수 있는 하천 다리 밑에 평상과 파라솔을 설치했고, 광주 남한산계곡의 한 업소는 일반음식점을 운영하면서, 여름철에 계곡 주변으로 75㎡를 불법 확장하는 영업 행태를 보였다.

경기도와 시군이 하천·계곡 불법 영업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시민들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남양주시에 거주하는 김지혜(32)씨는 "불법 영업 음식점이 취하는 폭리가 큰 문제"라며 "능이 백숙 한 마리에 7만원, 8만원씩 파는데 이게 다 '경치'에 지불하는 비용이다. 자연은 음식점 사장 것이 아닌데 평상 하나 깔아놨다고 비싼 값을 받으니 속이 터진다"고 말했다.

그는 "음식 종류도 다 백숙이나 닭볶음탕 일색이다. 차라리 음식점을 없애고 돗자리 정도 깔 수 있게 만들고, 집에서 싸 온 도시락 같은 걸 먹었으면 좋겠다. 시가 계곡과 하천을 시민에게 돌려준다는 건 반가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안양에 사는 이성진(31)씨도 "도심을 벗어나서 쉬고 싶은데 동해안은 멀고 서해안을 가기엔 교통 체증이 걱정될 때가 많다. 불법 영업이 사라지고, 쾌적한 계곡으로 변할 수 있다면 시민들이 쉴 수 있는 좋은 공간이 될 것 같다"면서 "예전에 고수부지로 불렸던 한강 변이 시민 품으로 돌아왔듯, 지자체의 노력에 따라 도심 근처의 계곡도 시민에게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의 관건은 철거해도 비 온 뒤 잡초처럼 다시 고개를 드는 불법 음식점들이 재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경기도는 개발제한구역 계곡에서 불법 영업을 한 식당을 93개나 적발해 처벌했지만, 그중 80개가 넘는 음식점이 올해 영업을 다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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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수지구 고기리 계곡에서 식당들이 그늘막과 평상 등 불법 시설물을 설치한 채 영업을 하고 있는 모습. /경인일보DB

광주 남한산계곡에서 음식점 영업을 하는 B씨는 "매년 과태료 물고 행정명령 받아도 잠시뿐"이라며 "여름철 장사로 한 해를 보내는 건데 그걸 포기할 수 있겠냐"고 했다.

도는 이런 '배짱 영업'이 관할 지자체의 소극적인 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명 지사는 "도내 시군과 협력해 계곡 전수조사를 하고, 지적이 됐는데도 (영업을)계속하면 각 시군 담당 공무원을 직무유기로 감사하고 징계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수를 뒀다.

계곡 불법 음식 영업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를 시군 공무원과 음식점 간의 유착 관계 때문이라고 본 것이다. 이 지사는 "계속 반복되면 유착이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만큼, 그런 부분은 수사 의뢰하도록 하겠다. 이 문제와 관련한 특별팀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특별팀은 도내 31개 시군의 하천·계곡 불법 영업을 그래픽으로 제작한 '불법지도'를 만들어 도민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계속해서 단속을 펼쳐도 불법 영업이 개선되지 않으면 관계 공무원에 대한 감사·징계도 요구할 방침이다.

이 지사는 "엄청난 저항이 있겠지만, 저항을 뚫고 해보자"라며 "지금부터 빨리 시작해서 내년 여름 경기도 계곡은 깨끗하더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강조했다.

도가 이처럼 하천 불법 영업 단속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었던 데는 지난해 11월 하천법이 경기도민생특별사법경찰단 직무에 포함된 덕이 컸다. 도는 드론을 이용해 하천·계곡 곳곳을 훑으며 단속을 펼칠 계획까지 가지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계곡 불법 무단 점용 등 하천법 위반행위는 최고 징역 2년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 미신고 불법 음식점을 운영할 경우에는 최고 징역 3년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 진다.

이병우 특별사법경찰단장은 "여름철 계곡 불법 점용은 이용객의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크고 자릿세를 요구해 도민들의 불편과 불만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불법 영업으로 정당하게 영업하는 업체가 도리어 손해를 보지 않도록 위반업소를 강력하게 처벌하겠다. 도민 모두가 안전하고 쾌적한 자연을 누릴 수 있도록 수사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정·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