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인 화성(華城)은 105만 수원시민의 자랑이자 대한민국의 소중한 문화 자산입니다. 특히 정조대왕이 천도까지 염두에 두고 지었다는 화성행궁은 조선후기의 건축양식을 대표하는 걸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역사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지고한 가치가 있는 것이지요.
수원시는 행궁을 복원하는데만 수백억원을 쏟아부었습니다. 수년간 수많은 문화·건축 전문가들이 행궁의 본래 모습과 가깝게 복원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했구요. 그런 결과로 정조대왕 당시의 모습에 근접한 화성행궁을 시민들이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화성행궁은 1천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왕의 남자'의 무대이기도 합니다. 공길과 장생이 함께 줄을 타는 장면에 나오는 기와지붕의 아름다운 곡선은 화성행궁의 빼어난 조형미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왕의 남자 뿐 아니라 화성행궁은 이미 여러 편의 인기 드라마와 영화에 등장한 촬영 명소로 이름이 나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촬영장소로 대여해주고 받은 돈이 680만원으로, 해마다 20% 이상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이병훈 PD는 대장금을 연출하면서 '역사적 가치는 물론 문화적 가치로 볼때 극의 배경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장소는 바로 화성행궁밖에 없다'고 했다더군요. 이 PD가 알기는 제대로 알고 있었던 것이지요. 덕분에 화성행궁은 대만이나 중국, 일본에도 널리 알려진 대한민국 대표 한류상품으로 대접받게 됐습니다.
올 봄부터는 일반 시민들도 행궁내에서 전통혼례를 치를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선남선녀가 그날 하루만은 왕과 왕비가 되어 백년가약을 맺는 주인공이 되는 것이지요. 화성행궁은 이제 시민들 곁으로 바싹 다가선 느낌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잘 나가는 화성행궁을 관리하는 화성사업소에도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바로 행궁앞 광장복원사업 때문입니다. 광장을 조성해야 하는데 수원우체국이 떡 버티고 서 있는 바람에 도대체 일이 진행이 안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우체국 쪽을 탓할 수 만은 없다는 게 더 큰 고민입니다. 현재 새 청사를 짓고 있는 우체국은 2008년 하반기나 돼야 이전할 수 있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는 듯 합니다.
한때 방송통신대 건물로 임시 이전하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이에 따른 비용 30억원 부담을 놓고 시와 우체국이 맞서다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나중에는 절반인 15억원을 시가 부담하는 안이 제시되기도 했지만 시는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김용서 시장이 반대했기 때문이지요. 김 시장은 '시민의 혈세를 15억원 씩이나 쓰기에는 명분이 적다'면서 실무진에게 '당신들 돈 같으면 주겠느냐'고 했다더군요.
행궁앞 광장복원사업은 당초 올해 6월까지 마치기로 했었지만 우체국 이전이라는 벽에 막혀 2008년 말로 늦춰졌습니다. 사실상의 공사는 올 상반기에 끝나는데 우체국 부지 때문에 속절없이 2년 가량을 허송하게 된 것입니다.
단정하게 복원된 행궁과, 지장물을 철거해 훤해진 광장 중앙에 우체국이 떡 버티고 선 광경은 어색하기 짝이 없습니다. 뭐가 잘못이고, 누구의 책임인가요. 곰곰이 생각해도 '이거다' 하고 콕 집어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한다면 그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요.
/홍 정 표기자
[수원시정 엿보기] 행궁광장 어쩌나
입력 2006-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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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28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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