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할머니 상처 치유 '겨울…'
방학 반납 7개월 연출·연기 공들여
"광복절·기림일 어느때보다 뜻깊어"
"마지막 장면에 '나의 봄아, 네가 어디에서든 행복하기를 바랄게'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도 따뜻한 봄이 오길 바란다는 의미로 넣은 대사예요. 그분들이 이 연극을 보고 위로받았으면 좋겠어요."
인천 인일여자고등학교 연극 동아리 '꽃누리한'의 구성원 17명의 바람이다.
이들은 최근 '제8회 서울가톨릭청소년연극제'에서 연극 '겨울이 봄에게'로 최우수상과 우수희곡상, 연기대상까지 받으며 3관왕에 올랐다.
이 연극제는 청소년들의 열정과 재능이 발휘될 수 있도록 서울가톨릭청소년회가 주최하고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이 주관했다. 총 11개 팀이 참가해 그동안 준비했던 공연을 펼쳤다.
연극 '겨울이 봄에게'는 과거 성폭행을 당했던 고등학생 한봄이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유설화가 우연한 계기로 만나 서로의 고통을 이해하고 보듬어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작품 초안을 기획한 서지현(2학년)양은 "연극제 주제가 '동행'이었는데 TV를 보다가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기사를 접하고 상처받은 고등학생과 위안부 할머니가 서로를 알아가며 위로받는 내용이 떠올랐다"며 "고등학생인 우리에게 피해자 할머니들 이야기는 무거운 주제이지만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역사인 만큼, 오랜 기간 공들여 작업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2월부터 7개월간 여름방학도 반납하고 학교 빈 교실에 모여 극본을 쓰고 연출을 구상했다.
연기 연습도 했다. 박혜린(2학년) 양은 "다들 학원 시간도 저녁으로 미루고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연습했다"며 "의상과 소품도 직접 집에 있는 옷과 신발, 장신구 등을 가져온 것"이라고 했다.
학생들은 연극을 준비하며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으며, 지난 14일 위안부 기림의 날과 15일 광복절이 더 특별하게 와 닿았다고 했다.
변한결(1학년)양은 "이전에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기사가 나오면 제목만 보고 넘겼지만 이젠 내용까지 꼼꼼히 읽는다"며 "얼마 전 있었던 광복절과 위안부 기림의 날이 그 어느 때보다 뜻깊게 다가왔다"고 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