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이 추가 관세폭탄을 주고받는 난타전을 벌이면서 무역전쟁의 파고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중국이 23일 미국의 대중(對中) 추가관세에 보복조치로 역시 추가관세 부과를 예고하고 이에 미국이 다시 관세율 인상으로 맞서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하고 글로벌 경기 둔화 및 침체의 그림자도 더욱더 짙어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미중은 지난달 말 상하이에서 열린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9월 워싱턴DC에서 무역협상을 이어가기로 했지만, 예정대로 협상을 재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5월 협상 결렬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월 말 일본 오사카 담판을 통해 협상을 재개했지만, 자칫 협상 동력이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미국 뉴욕증시도 이 같은 공포가 지배하면서 크게 출렁였다.

◇ 미중 무역협상 좌초위기…中 추가관세 예고에 트럼프 바로 반격

이날 미중간 긴장 격화는 중국이 미국에 보복관세를 예고하면서 시작됐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더 이상 밀리지 않겠다는 중국의 반격으로 보인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원유와 대두 등 5천78개 품목 75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10%와 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과 시점은 각각 9월 1일, 12월 15일부터다.

또 중국은 별도의 발표를 통해 관세 면제 대상이던 미국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12월 15일부터 각각 25%, 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 회복 조치는 750억 달러 규모 미국산 제품과 별도로 이뤄졌다.

이는 3천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10% 관세 부과 방침에 대한 보복이다.

미국은 9월1일부터 3천억달러의 중국산 제품 가운데 일부에 대해 예정대로 관세 부과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다만 휴대전화와 랩톱, 비디오게임 콘솔, 특정품목의 장난감과 신발 및 의류, 컴퓨터 모니터 등에 대해서는 관세 부과 시점을 12월 15일로 연기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국의 보복관세 예고에 즉각 맞대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기존에 부과해오던 2천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현행 25%에서 10월1일부터 30%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또 9월1일부터 부과키로 했던 나머지 3천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도 당초 10%에서 15%로 올리겠다고 예고했다.

미국의 대중 관세율 인상 예고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관세조치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힌 지 수 시간 만에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선 트윗에서 "우리는 중국이 필요 없다. 그리고 솔직히 그들이 없다면 훨씬 더 나을 것"이라면서 "우리의 위대한 미국 회사들은 즉시 중국에 대한 대안을 찾기 시작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사를 미국으로 다시 되돌아오게 하고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예로 들었다.

그는 "나는 오늘 오후 중국의 관세에 대응할 것"이라고 대응조치를 시사하는 한편 "이것은 미국에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트윗에서 "나의 유일한 질문은 제이 파월 또는 시(진핑) 주석 중에 누가 우리의 더 큰 적(enemy)인가? 하는 점"이라고 밝힌 것도 주목을 끌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이날 와이오밍주 잭슨홀 미팅에서 향후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충분한 신호를 내놓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비판하며 언급한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적' 언급은 기본적으로 파월 의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지만, CNBC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측 카운터파트에 대해 '적'이라는 새로운 칭호를 공개했다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중국을 압박하면서도 시 주석에 대해서는 '친구'라는 우호적 표현을 사용해왔다.

◇ 뉴욕증시 다시 출렁…'경기침체 신호' 美 국채 수익률 또 역전

미중이 치고받으면서 뉴욕증시는 이날 다시 급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623.34포인트(2.37%) 급락한 25,628.90을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75.84포인트(2.59%),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39.62포인트(3.0%) 미끄러졌다.

지난 14일 경기침체 신호로 인식되는 미 국채 장·단기물의 수익률(금리) 역전으로 다우지수가 올해 들어 최대폭인 800포인트 이상 급락한 이후 꾸준한 회복세를 보이던 뉴욕증시의 변동성이 다시 확대됐다.

이날 2년물과 10년물 미 국채의 수익률(금리)이 장중 다시 역전 현상을 보인 것도 투자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했다. 지난 14일에 이어 9일 만에 세 번째 역전이다.

장기채는 자금을 오래 빌려 쓰는 만큼 단기채보다 제시하는 수익률이 높은 게 통상적이다. 이런 원칙에 역행하는 것은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신호로 여겨진다. 채권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 인상 예고는 장 마감 이후에 이뤄졌다. 이에 따라 미중간 충돌 격화에 따른 충격은 오는 26일 개장하는 뉴욕증시에서 다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시장이 주목했던 제롬 파월 의장의 연설도 투자자들의 기대에는 못 미쳤다는 평가를 낳았다.

파월 의장은 이날 잭슨홀 미팅에서 연설을 통해 미중 무역전쟁 등에 따른 글로벌 성장둔화와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현재의 경기 확장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히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언론들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에 대한 단서를 거의 제공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파월 의장은 다만 지난달 기준금리를 10년 7개월 만에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강조했던 "중간-사이클 조정"은 이날 언급하지 않았다.

CNBC는 "파월 의장이 추가 금리인하를 위한 문을 열어뒀지만, 그 어떤 것도 약속하는 데까지는 나가지 않았다. 시장은 더 비둘기(통화 완화)적인 연준을 듣기를 희망했다"고 평가했다.

CNBC는 또 미중 갈등격화로 "미 경제가 경기침체에 진입할 가능성을 키웠다"면서도 한편으로 "연준이 더 공격적인 인하로 경기침체를 막으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