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솔 의정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순경
정다솔 의정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순경
최근 두 살배기 앞에서 베트남 아내를 무차별 폭행하는 남편의 모습이 담긴 영상은 국민들로 하여금 가정폭력을 더 이상 사랑싸움이 아닌 반인륜적 범죄로 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가정폭력은 이주여성의 문제가 아니다. 2018년 한해 약25만 건의 가정폭력이 신고됐다. 가정폭력의 특성상 피해자가 신고를 꺼리는 점을 감안한다면 가정폭력은 더 많을 것이다.

가정폭력은 수년 혹은 수십 년 반복·지속적으로 이뤄지면서 가해자의 가정폭력 습벽과 피해자에 대한 지배욕이 고착된다. 이를 벗어나려는 피해자를 스토킹하고 폭행·협박하며 심지어 목숨을 앗아가기도 한다. 반복적인 가정폭력에 시달린 피해자들은 가해자와의 부정적인 상호관계, 보복에 대한 두려움 및 전통적인 이데올로기 때문에 폭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종국에는 자신의 목숨을 버리면서 고통을 끝내는 경우도 있다.

가정폭력은 또한 자녀들에게 폭력성향을 대물림하거나 깊은 정신적 상처를 남기기도 하며 청소년 비행 등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이처럼 가정폭력은 칼로 물 베는 부부싸움이 아니라 인간의 영혼을 파괴하고 목숨까지 빼앗을 수 있는 심각한 범죄다.

경찰은 이러한 가정폭력 범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현장종결 위주의 관행에서 벗어나 가정폭력범죄 단계별 대응모델을 시행하고 있다. 가정폭력 사건 발생 시 범죄혐의와 객관적인 위험성을 판단해 사건처리와 임시조치를 신청하고 있으며,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여 2차 피해를 예방한다. 전문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상담기관에 연계하는 등 피해자들의 아픔이 치유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또 신변보호 요청 시 스마트워치 제공, 112신고시스템 등록 등 다양한 방법으로 피해자를 보호하고 있다.

가정폭력은 한 번에 근절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가정 내 문제가 아닌 범죄임을 명백히 인식하고, 적극적인 신고를 통해서 문제를 제기하며 해결방법을 찾아간다면 행복한 가정과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정다솔 의정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