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감옥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미국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연관된 성 추문에 연루됐다는 다수의 의혹을 받아온 영국의 앤드루 왕자(59)를 겨냥한 새로운 폭로가 나왔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25일(현지시간) 앤드루 왕자가 20년 전인 1999년 2월, 엡스타인의 전용기에 당시 미스 러시아인 안나 말로바와 동승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앤드루 왕자는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의 차남이다.

엡스타인이 성매매를 위해 동원한 미성년자들을 여러 차례 태운 것으로 드러나 '롤리타 특급'으로 명명된 이 전용기는 당시 엡스타인이 소유한 산호섬이 자리한 미국령 버진아일랜드의 세인트 토마스에서 미국 플로리다의 팜비치로 비행했다.

법원에 제출된 엡스타인 전용기의 항행 기록에 따르면, 당시 이 비행기에는 앤드루 왕자와 엡스타인, 엡스타인의 전 여자친구이자 사교계 유명인사인 기슬레인 맥스웰, 말로바 등 총 9명이 타고 있었다.

1998년 미스 러시아 왕관을 쓴 말로바는 모스크바 의학원을 우등으로 졸업한 정신분석의 출신으로, 미국으로 이미 이주해 뉴욕에서 모델로 활동해 왔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가 엡스타인 중심의 사교계에 어떻게 끼게 됐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1998년 미스 유니버스 선발 대회에서 결선에 진출한 것이 계기가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이 신문은 추정했다.

미스 유니버스는 뉴욕의 부동산 재벌이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끌던 트럼프 그룹이 주최한 행사로, 말로바는 대회를 통해 트럼프의 친구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말로바는 미스 유니버스 대회 이후 맨해튼으로 거처를 옮겨 트럼프 타워의 아파트를 임대해 생활했다고 선데이타임스는 밝혔다.

그는 이후 10년 동안 뉴욕 사교계에서 열린 파티의 고정 멤버가 됐으나, 마약 성분의 진통제 중독으로 문제를 일으킨 끝에 2010년 뉴욕 검찰에 기소되는 처지가 됐다.

2011년에는 법원이 명령한 약물중독 재활 프로그램에 반복적으로 불출석해 감옥에 수감되기도 했다.

앤드루 왕자와 가까운 인사는 이와 관련 "앤드루 왕자는 1999년 말로바와 같은 비행기를 탄 기억이 없다고 한다"고 전했다.

말로바는 타임스의 취재 요청에 "지난 20년간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다. 어떤 것도 확인 또는 부인할 수 없다"고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앤드루 왕자가 말로바와 함께 엡스타인의 비행기에 동승한 사실을 기록한 항행 일지는 엡스타인 수사의 핵심증인인 버지니아 로버츠 주프레 등이 입수해 법원에 제출한 것이다.

미국인인 주프레는 미성년자 시절이던 1999년과 2002년 사이 뉴욕과 런던 등에서 앤드루 왕자와 세 차례 성관계했다고 진술한 인물이다.

앤드루 왕자는 17세이던 주프레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있는 사진이 공개돼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엡스타인과 오랜 세월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잘 알려진 앤드루 왕자는 이밖에 과거에 엡스타인의 맨해튼 아파트에서 젊은 여성의 가슴을 더듬고, 젊은 러시아 여성으로부터 발 마사지를 받았다는 폭로에 휘말리기도 했다.

앤드루 왕자는 그러나 지난 24일에도 앱스타인의 성 추문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자신에게 쏠린 모든 의혹을 반복해 부정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