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성 지휘자1111
지휘자 장윤성. /수원시립교향악단 제공

#차이콥스키 '슬라브 행진곡'
불안·투지 뒤섞이며 고조… 강렬한 절정

#베르크 '어느 천사를 추억하며'
지인의 어린딸 추모 '영원한 평화' 기원

#림스키-코르사코프 '세헤라자데'
이국적 선율 네악장 각각 이야기 들려줘

수원시립교향악단은 제265회 정기연주회에서 낭만주의 시대와 낭만주의 시대 이후의 작품에 집중한다.

친숙하고 익숙한 차이콥스키와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작품과 조금 생소한 베르크의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당대의 음악 세계를 들려준다.

연주회의 문을 여는 곡은 차이콥스키의 '슬라브 행진곡'이다. 차이콥스키가 1876년 작곡한 작품의 원제목은 '세르비아-러시아 행진곡'이었다.

19세기 말 세르비아와 터키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자, 같은 슬라브 민족에 속하는 세르비아에 대해 러시아는 크게 동요하고 있었다.

같은 해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은 부상병 위문 모금을 위해 자선 연주회를 계획했는데, 차이콥스키는 이를 돕고자 슬라브 민족을 찬양하는 행진곡을 작곡했다.

전쟁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고난을 상징하는 무거운 멜로디(장송행진곡)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주제가 악기를 바꿔 빈번하게 반복되며 곡을 고조시킨다.

그러는 동안 어두운 불안과 씩씩한 투지가 뒤섞이다가 마지막에 강렬한 클라이맥스에 도달하고, 슬라브 민족의 승리를 확신하는 것처럼 힘차고 단호하게 끝난다.

이어지는 무대는 베르크의 바이올린 협주곡 '어느 천사를 추억하며'다. 베르크의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인 이 곡은 구스타프 말러의 전처 알마 말러의 딸인 마농 그로피우스의 죽음과 깊은 관련이 있다.

알마는 말러 사후에 젊은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와 재혼하고 그 사이에서 딸을 낳았는데, 그녀가 바로 마농이다. 마농은 동물을 좋아하는 아리따운 소녀로 성장했고, 지인들은 물론 빈의 문인들과 예술인들에게도 각별한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여배우를 지망했던 그는 베네치아 여행 중에 발병한 소아마비로 인해 1935년 18세 나이로 죽음을 맞이한다.

자식이 없었던 베르크 부부는 지인의 딸인 마농에게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었고, 베르크는 장례식을 치른 뒤 자신의 신작으로 마농을 위한 추모곡을 작곡하기로 한다. '어느 천사를 추억하며'라는 부제에는 이런 사연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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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수원시립교향악단 제공

2개의 악장으로 구성된 이 협주곡의 1악장은 마농의 생전 모습을, 2악장은 마농의 고통과 죽음을 그린 것으로 설명된다.

특히 진혼곡의 성격을 띠는 2악장의 아다지오는 이곡의 지배적인 정서를 가진다.

이 부분은 코랄선율과 그에 의한 두 개의 변주, 앞서 나왔던 캐르텐 지방 민요 등으로 이뤄져 있는데, 여기서 인용된 코랄 선율은 바흐의 칸타타 제60번 '오 영원이며, 그대 무서운 말이며'의 마지막 곡인 '충분합니다!'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 내용은 세상을 떠나는 이가 지상에서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되고, 영원한 평화를 기원한다는 내용이다.

마지막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다. 이 곡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음악이 원숙기에 접어들었을 무렵인 1888년에 작곡됐다.

'아라비안 나이트'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묘사한 것으로 유명한 작품은 1악장부터 4악장까지 각 악장마다 붙은 부제와 관현악 표현이 인상적이다.

그래서 이 곡을 '묘사적 관현악' 혹은 '표제적 관현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 러시아의 작곡가가 멀리 떨어진 나라의 전설로 내려오는 이야기를 상상하며 빚은 이국적인 선율과 분위기 역시 이 곡의 큰 특징이다.

림스키-코르사코프는 이 곡이 음악을 연주하는 느낌보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구성에 포인트를 뒀다.

네 개의 악장은 내용적으로는 서로 관련이 없지만, 종합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트럼펫과 트롬본이 묘사하는 험악하고 잔인한 샤라아르 왕의 테마, 부드럽고 아름다운 바이올린이 노래하는 세헤라자데 테마가 주요 역할을 한다.

이번 공연은 장윤성 지휘자가 객원지휘자로 나서며, 협연자로는 2019년 뉴욕 필하모닉 신년음악회에서 성공적인 데뷔를 마치고 유럽 루체른 페스티벌, 드보르작 프라하 페스티벌, 라인가우 페스티벌 등에 초청받으며 주목받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가 나선다.

공연은 오는 29일 오후 7시 30분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