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의 LCD클러스터 산업단지를 보유하고 있는 파주시 도심전체가 그물망 같은 송전철탑으로 뒤덮이고 있다. 산업자원부와 한국전력이 향후 수도권 전력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잇따라 계획하거나 설치한 각종 전력시설 때문이다.

주민공청회마저 거르고 추진되는 송전선로설치계획은 논과 밭은 물론 임야 등을 가로지르면서 마을을 두동강내 주민들의 재산권을 제약하거나 지역발전을 가로막는다며 곳곳에서 거부사태를 빚고 있다.
파주시 월롱면 경로당. 한전이 지난해 10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신포천변전소~신덕은변전소(총길이 57㎞)건설로 인해 주민들이 매주 토요일 이 곳에서 5개월여에 걸쳐 자체 간담회를 갖고 있다.

1일 오후 열린 간담회에서 주민 서모(64)씨는 “한전계획에 따르면 신포천~신덕은 변전소공사는 송전탑이 전체 154기가 가공 설치되고 이중 우리 동네로 지나가는 구간은 17.6㎞(송전탑 48기 설치)”라며 “마을을 두동강 내 숨통을 끊을 작정이냐”고 분노했다.
같은 노선이 마을 한복판을 관통하는 광탄면 주민들의 노골적인 불만도 월롱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산업자원부와 한전이 파주시내에 설치했거나 앞으로 설치할 계획을 갖고 있는 송전철탑은 신포천변전소~신덕은변전소노선을 포함해 총 11개노선(100여㎞)으로 송전철탑만 무려 303기에 이르고 있다. 경기북부지역에서는 제일 많다.

송포~능안리~금촌선로(9.5㎞)와 금촌~능산리~내포리~문산선로(13.1㎞) 등 4개노선은 이미 건설이 완료돼 전력이 공급되고 있는데 문산~당동리~도라산리~개성선로(10.5㎞)와 서인천~상지석리~신파주분기선로(3.6㎞), 그리고 신파주~교하리~덕은리~신덕의 파주LCD분기선로(8.5㎞) 등 7개노선이 신설돼 2006~2008년까지 모두 건설될 예정에 있다.

문제는 이처럼 파주시에 동서남북으로 송전탑이 건설돼 주민재산권이 위축되고 지역개발에 장애가 되는데도 한전은 국가전략사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업타당성에 대한 주민공청회를 갖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데 있다.

이에 한전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며 이해를 당부하고 있으나 완강한 태도로 인해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며 “예정된 전력사업들이 표류하면 LCD단지는 물론 수도권전체에 전력대란이 올 수 있다”고 강행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파주시와 주민들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임진각·도라산역·제3땅굴등 풍부한 문화상품과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이 곳에 지역개발에 장애가 되는 송전철탑건설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파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