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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대북제재의 이행을 감시하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은 '온전'(remain intact)하며 북한이 선박 간 이전 방식으로 금수품목을 불법거래하는 등 제재위반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북제재위는 12일(현지시간) 공개한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을 비롯해 해상에서의 금수품 밀거래와 중동·아프리카 등에 대한 무기수출, 불법 해킹 및 금융 활동 등 북한의 제재위반 사례를 지적하며 이같이 밝혔다. 사진은 이날 공개된 보고서 중 불법 해상환적 유류 수입의 '허브' 남포항. /안보리 대북제재위 보고서 캡처

미국 재무부는 30일(현지시간) 정제유 제품에 대한 북한과의 불법 해상 환적에 연루된 대만인 2명과 대만 및 홍콩 해운사 3곳(대만 2곳, 홍콩 1곳)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이번 제재는 지난 20일 한미연합 군사훈련 종료 후에도 북미 간 실무협상 재개가 표류하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북한이 제재에 강력히 반발하는 가운데서도 '관여'와 함께 압박을 병행, 북한으로의 석유 유입을 차단해 핵·미사일 개발 돈줄을 원천봉쇄하겠다는 뜻으로 보여 실무협상 재개 시점 등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북한 선박과의 선박 대 선박 환적에 관여된 해운 망을 제재한다'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기존 제재에 대한 시행 및 집행을지속하는 차원에서 이러한 조치를 취했다고 발표했다.

제재 대상은 대만인 황왕컨과 그의 부인 천메이샹 등 2명, 주이팡 해운과 주이쭝 선박관리 등 대만 업체 2곳, 주이청 해운 등 홍콩 업체 1곳이다.

황왕컨은 주이팡의 CEO이자 대주주이며, 천메이샹은 이 회사의 이사회 멤버인 동시에 주이쭝 선박 관리회사의 단독 소유주이다.

이와 함께 재무부는 이번 제재 대상이 된 개인 및 회사들이 지분을 가진 파나마 선적의 상위안바오호(號)를 '동결자산'으로 지정했다. 상위안바오호는 북한 선적의 선박들과의 불법환적에 연루돼 이미 지난해 10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1718 위원회(대북제재위원회)에 의해 입항 금지 등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바 있다.

이번 제재는 행정명령 13810호에 따른 것으로, 이들 개인 및 법인의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며 미국민이 이들과 거래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재무부는 이번 조치가 석유 제품의 수입을 제한하는 유엔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북한의 계속된 불법적인 선박 대 선박 환적 실태를 부각해주는 동시에 기존 안보리 결의 이행에 대한 미정부의 헌신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시걸 맨델커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은 "재무부는 북한 선적의 선박들과의 불법적인 선박 대 선박 환적에 연루된 개인들과 법인, 선박들에 대해 미국 및 유엔의 기존 제재들을 이행하고 집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들이 구사하려고 하는 '기만적인 관행'에도 불구, 북한과 거래하는 해운사들은 자신들을 중대한 위험에 노출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제재를 회피하고 대량살상무기(WMD) 및 미사일 프로그램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북한의 시도에 맞서 싸우기 위한 대만의 지속적인 노력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재무부는 밝혔다.

재무부에 따르면 이번에 적발된 불법 환적은 선박이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가 아니라 해상에 있을 때 화물을 옮겨 싣는 형태로 이뤄졌다. '항구 밖 환적' 방식은 북한이 제재 회피를 위해 흔하게 사용해온 '기만적 관행'이라고 재무부는 지적했다.

상위안바오호는 지난해 최소한 두차례 이상 북한 선적 선박들과 환적을 한 바 있다. 두 차례 모두 화물의 최종 목적지는 북한의 남포항이었다.

황왕컨은 다른 복수의 개인들과 함께 지난해 4∼5월 사이 170만 리터의 정제유를 상위안바오호에서 안보리 및 미국의 제재대상인 북한 선적의 선박 백마호(號)로 선박 대 선박 환적 방식으로 옮겨 실었다.

이들은 해당 정제유 제품이 필리핀으로 유입되는 것이라고 허위로 보고했으나, 실제로는 특정 국가의 영해가 아닌 수역까지 이들 정제유 제품을 운송해 백마호로 옮겨 실었다는 것이다.

상위안바오호는 지난해 6월에도 북한 선적의 명류1호(號)와 추가로 정제유를 환적했다.

재무부는 북한이 선박 대 선박 환적과 그 외 다른 불법적 활동들을 통해 유엔 제재를 지속적으로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한은 선박 대 선박 환적에 더해 비(非)북한 선적의 유조선을 통해 북한에 직접 운반하는 방식으로 정제유를 확보하고 있다고 재무부는 전했다.

이러한 운반은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에 보고되지 않은 만큼, 북한의 수입품에 대한 유엔 제재위원회의 공식 집계가 유조선 및 다른 제휴 선박들을 통해 북한에 실제 들어가는 정제유 제품의 양을 엄청나게 축소해주는 누적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많은 물량의 정제유가 제재 망을 피해 북한으로 흘러 들어가기 때문에 실제 정제유 유입물량이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의 공식 집계를 크게 상회한다는 것이다.

재무부는 북한의 정제유 수입을 제한한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가 유엔 제재 체제의 매우 중대한 부분이며, 국제사회는 모든 기존 제재를 이행·집행하고 제재 회피 행위에 맞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재무부는 지난달 29일 베트남에서 외화벌이를 해온 북한 조선노동당 산하 군수공업부 소속 김수일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재무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무렵인 지난 6월 19일에는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혐의로 러시아 금융회사를 제재했다.

미국의 이번 독자 제재는 북한이 대북 제재에 강력히 반발하는 상황에서 제재 유지 입장으로 응수한 차원도 있어 보인다. 이를 통해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견인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앞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지난 23일 '강력한 제재'를 언급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인터뷰 발언을 문제 삼아 발표한 담화에서 폼페이오 장관을 '미국 외교의 독초'라고 독설을 날리며 "미국이 대결적 자세를 버리지 않고 제재 따위를 가지고 우리와 맞서려고 한다면 오산"이라고 말한 바 있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