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전 6회초 1~3루 돌고 홈까지
'KBO 87호' 기록 "죽어라 뛰어"
평소 '다리 컨디션' 체크 많이해
"욕심많은 선수… '탑' 되겠다"
"3루수 코치의 팔 돌리기, 죽어도 들어가라는 뜻이구나…그라운드 홈런은 그렇게 완성됐어요!"
최근 프로야구 kt wiz의 유격수 심우준이 지난 2013년 창단 후 처음으로 그라운드 홈런을 쳐내며 새로운 역사를 세워 화제다. 심우준은 지난달 25일 잠실 LG전에서 9번 타자로 출장해 그라운드를 포함, 3타수 3안타 4타점을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쳤다.
심우준은 1일 경인일보를 만나 "6회초 2사 2, 3루였고 3-1로 앞선 가운데 타석에 섰지만, LG전을 9연패 했던 터라 더 도망가지 않으면 시합이 어려워지겠다고 생각했다"며 "공을 때린 뒤 1루 베이스 밟기 전까지는 잡힐 줄 알고 천천히 들어갔는데, 공이 빠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자마자 죽어라 뛰었다. 슬라이딩에 이어 베이스 터치까지 매우 긴박했다"고 그라운드 홈런 달성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kt 창단 이래 첫 그라운드 홈런이자 KBO 리그 시즌 3호, 통산 87호를 이룬 심우준이다. 그라운드 홈런은 타자의 타구가 필드 내에서 인플레이 되는 동안 타자가 1~3루를 돌고 홈을 밟는 안타를 뜻한다.
그의 활약에 힘입어 kt는 LG에 6-1을 기록한 뒤 8회초에도 타점을 내 7-3 승리를 이끌었다.
그는 "LG전 승리 후 동생과 부모님께 먼저 전화가 왔다. 축하해주는 것 보다 다친 데 없느냐고 물어봐 다소 의아해 했다"며 "역사를 썼다고 해 기분도 좋았지만, 이상하게 손이 따끔해서 NC전 때 손을 보니까 조금 까져 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LG전에 많은 것을 쏟아부은 것 같다"고 회상했다.
평소 다리 컨디션에 대한 체크를 많이 하는 편이라는 심우준은 다리가 무거울 땐 좀 뛰고 가벼울 때에는 더 쉬는 등의 방식으로 밸런스를 맞춘다. 다리도 쉬어야 한다는 생각에 따른 것이다.
팀 동료들의 인정이 잇따르고 kt의 좋은 분위기에 일조하고 있다는 생각에 최근 기분이 좋다는 그다.
심우준은 "게임에 지더라도 이강철 감독님과 코칭 스태프들이 특별하게 분위기 조성을 하지도 않는다"며 "1경기 차가 생겨도 어떻게든 뒤집으라는 압박을 하지 않고, 매 경기 승패를 떠나 최선을 다하라고 독려해 줘서 오히려 선수들이 힘을 받는다"고 소개했다.

자신의 포지션과 관련한 입장도 내놨다.
그는 "고교 때까지는 세게 공을 던지고 빠르게 플레이해야 하는 게 유격수라고 생각했다. 프로에 와보니 그런 활약은 바로 실책으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이었다"며 "지금은 수비 전체를 지휘하는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내야, 외야 전체를 주도하는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프로를 앞둔 아마추어 선수들을 위한 의견도 냈다.
심우준은 "프로에 오면 선배들도 많고 팬들도 많아 쉬이 기가 죽을 수 있다. 그러면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데, 그런 것에 휘둘리지 말고 고교 시절에 했던 야구, 연습한 야구 그대로 하면 된다"며 "기교를 많이 부려봐야 한계가 있다. (연습)하다 보면 코치진, 선배들이 도와주니까 자기 자신이 뭘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강백호를 추켜세웠다.
그는 "고교 시절부터 슈퍼스타라는 소리를 듣고 프로에 왔는데, 야구 할 때만큼은 막내라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며 "모든 훈련을 고교 시절 스타일 그대로 한다. 그런 모습을 지켜본 선배들이 무어라 하지 않는다. 그의 실력은 그렇게 차분히 쌓아올렸다"고 부연했다.
심우준은 끝으로 "제게 욕심이 조금 있다. 수비 잘하고 주루도 잘하는 그런 유격수가 아닌, 방망이까지 잘 휘두르는 욕심 많은 선수가 되겠다"며 "KBO 탑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송수은기자 sueun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