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슐리안형…' 보존 위해 설립
고고학 유물·자료 정보 등 제공
'한정된 주제' 콘텐츠 확장 고민
전시·전문적인 교육 연계 강조
'전곡리 구석기축제' 접목 추진
李 관장 "편하게 오는 곳" 포부
1978년 4월 연천 한탄강에서는 생물학의 주류 학설을 뒤집는 대발견이 있었다.
일반인들에게는 흔히 볼 수 있는 자갈이었지만, 아시아의 인류 진화가 서양에 비해 느리다는 학설을 뒤집는 '아슐리안형 주먹도끼'가 한반도에서 발견된 것이다.
이런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하는 곳이 있다.
국가사적 제 268호 연천 전곡리 유적 인근에 건립된 전곡선사박물관은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를 영구적으로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해 설립된 곳이다.
이곳에서는 '구석기 시대'를 주제로 다양한 유물 등을 전시하며 도민에게 보다 풍성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구석기 시대'라는 한정된 주제를 다루다 보니 박물관의 기획전시는 일반 박물관보다 규모가 작은 아쉬움이 있다.
또 한정된 콘텐츠를 풍성하게 꾸려야하기 때문에 많은 고민과 시간이 필요하고, 전시 확장의 한계도 존재한다.
박물관 개관 당시부터 함께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이한용 관장은 이런 부분을 전문성을 살린 '교육'과 연결 시켜 해소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물관은 편하게 방문해 쉽고, 재미있게 전곡 유적과 인류의 진화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곳이 돼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성이 중요하다. 사실, 박물관의 기획전시장이 좁은 편이다. 가볍게 둘러보면 10분 만에 전시를 관람할 수도 있다. 간단하게 전시를 보고 체계적이고 심도있는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전시와 교육을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시가 끝나면 교육으로 이어지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고고학에는 새로운 고고학 운동 바람이 불고 있다.
발굴만 하는 게 아닌 고고학의 중요성을 지속, 발전 시켜 일반 대중들에게 알리는 '대중고고학'과 학술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도구를 만들어보는 '실험고고학' 등이 그 예다.
박물관은 대중고고학을 바탕으로 다양한 전시를 풀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장은 "현재 전곡리에서는 1993년부터 '구석기 축제'를 하고 있다. 전곡리 유적이 얼마나 중요하고, 구석기 시대가 우리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축제다. 이런 게 바로 대중고고학이다. 여기서 만들어진 콘텐츠, 도구 등을 박물관이 잘 접목해서 상설전시, 기획전시 등을 기획하려 한다. 단편적인 전시가 아닌 다양한 계층, 전문가 그룹이 와서 볼 수 있는 수준의 대중적인 전시를 만들려고 한다"고 전했다.
그동안 박물관은 전곡리 유물 발굴과 자료 조사 등을 끊임없이 이어왔다.
아직도 박물관은 전곡에서 풀어나가야 할 숙제들이 많다고 했다. 이 관장에게 임기 동안 이루고 싶은 꿈에 대해 물었다.
그는 "편하게 방문하는 박물관이 됐으면 좋겠다. 더워도 오고, 차 한 잔을 하러 오는 그런 친절한 박물관이 되고 싶다. 또, 2021년이면 박물관이 개관 10주년을 맞는다. 이에 맞춰 종합보고서 같은 전시를 선보이고 싶다. 임기 동안 박물관이 유년기를 벗어나는 튼튼한 청년기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놓는 게 목표다. 그 정도가 되면 다른 관장이 와도 기본 틀을 유지하고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