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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4일 홍콩에서 TV 화면을 통해 연설하고 있다. 캐리 람 장관은 이날 방영된 녹화 연설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을 공식 철회한다고 밝혔다. /홍콩 AP=연합뉴스

홍콩 정부가 4일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공식 철회를 발표했다.

홍콩 행정 수반 캐리 람 행정장관은 이날 오후 6시 TV 방송에서 공개된 녹화 연설을 통해 홍콩 시위대의 첫 번째 요구 조건을 받아들여 송환법을 공식적으로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홍콩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은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다.

다만 캐리 람 장관은 다른 4가지 요구사항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혀 향후 갈등의 불씨를 남겨놓았다.

그는 경찰의 진압 과정 조사는 홍콩 경찰 감시 기구인 경찰민원처리위원회(IPCC)가 맡을 것이며,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는 법치주의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에 대해서는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실용적으로 접근하지 않을 경우 사회를 분열시킬 수 있다"며 이를 당장 수용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캐리 람 장관은 이와 함께 앞으로 홍콩 시민들을 만나 시민들의 불만이 무엇인지 듣고, 홍콩 사회 갈등의 뿌리 깊은 원인이 무엇인지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범죄인 인도 법안에는 홍콩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중국, 대만 등의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홍콩 야당과 재야단체는 이 법안이 시행되면 중국 본토로 인권 운동가나 반정부 인사 등이 인도될 수 있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이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6월 초부터 이어져 왔다.

송환법 공식 철회로 시위 사태를 둘러싼 갈등은 다소 진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에 대한 반응은 다소 미적지근하다.

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여하는 젊은 층이 즐겨 찾는 온라인 포럼인 'LIHKG'에서는 이날 발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이들은 송환법 공식 철회는 시위대의 5가지 요구사항 중 1가지에 불과하며, 경찰의 강경 진압을 조사할 독립 위원회 구성 등 나머지 4가지 요구사항도 정부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4년 대규모 민주화 시위 '우산 혁명'의 주역이었던 베니 타이는 "송환법 철회만으로는 절대 충분하지 않다"며 "정부는 8월 31일 결정을 철회해 보통선거를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6월 9일 첫 시위 이후 지난 주말 13번째 주말 시위를 맞은 송환법 반대 시위는 날로 격화하면서 시위대와 경찰의 격렬한 충돌과 폭력이 반복됐다. 이로 인해 경찰에 체포된 사람은 1천 명을 넘는다.

지난 2일부터는 총파업(罷工), 동맹휴학(罷課), 철시(罷市) 등 '3파(罷) 투쟁'이 전개돼 홍콩의 중고등학생과 대학생, 노동계마저 송환법 반대 투쟁에 동참해 투쟁의 장기화를 예고하기도 했다.

캐리 람 장관이 송환법 공식 철회를 발표하면서 갈등은 완화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에 대한 반응을 볼 때 '행정장관 직선제' 등 홍콩의 민주주의 확대를 요구하는 시위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에 제기되고 있다. 

/이상은기자 ls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