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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등급 허리케인 도리안이 강타한 카리브해의 섬나라 바하마가 그야말로 폭격을 맞은 것처럼 곳곳이 초토화된 모습이 4일(현지시간) 외신을 통해 속속 전해지고 있다. /AP=연합뉴스

5등급 허리케인 도리안이 강타한 카리브해의 섬나라 바하마가 그야말로 폭격을 맞은 것처럼 곳곳이 초토화됐다.

4일(현지시간) 오전을 기해 폭풍경보는 모두 해제됐지만 바하마를 덮친 역대 최악의 허리케인이 장장 40여시간이나 곳곳을 할퀴며 남긴 상처는 조기에 회복하기 힘들어 보인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지원의 손길을 속속 내밀고 있지만 아직 물이 완전히 빠지지 않은데다 기반시설이 파괴된 곳이 많아 구호 작업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뜯겨져 나간 주택, 내던져져 구겨진 차와 보트, 물에 잠겨 평평해진 마을"이라고 참혹한 분위기를 전했고, 뉴욕타임스는 "물이 빠지면서 폭탄을 맞은 듯 망연자실한 바하마"라고 표현했다.

초기 집계에서는 7명이 사망하고 1만3천채 이상의 집이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뒤이은 집계에서 사망자가 20명으로 늘어나는 등 구호와 복구작업이 본격화하면 피해는 더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허버트 미니스 바하마 총리는 "우리는 역사상 가장 큰 국가 위기 중 하나의 한가운데에 있다"며 "주택, 기업, 건물과 기반시설이 심각한 피해를 보며 훼손됐다"고 말했다.

허리케인 피해는 북부에 위치한 아바코섬과 그랜드바하마섬에 집중됐다. 도리안의 이동속도가 느려 북쪽으로 빠져나가기 전까지 거의 이 지역에 정지하다시피 하며 폭우와 강풍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전날 아바코섬 상공을 둘러본 미니스 총리는 마시 항구에 있는 주택의 60%가 파손되고, 아이티 노동자들의 판자촌인 머드 지역은 완전히 파괴됐으며, 공항이 물에 잠겼다고 처참한 상황을 전했다.

그랜드바하마섬에서도 본격적인 피해 복구에 들어가지 못한 채 우선 물이 빠지기를 기다리는 장면이 목격된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실제로 항공사진을 봐도 바하마 곳곳의 건물이 파괴되고 주택 잔해와 쓰레기가 물에 잠긴 도시 위로 떠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피터 턴퀘스트 부총리는 현지언론에 '괴물폭풍'이 그랜드바하마섬과 아바코섬에 초래한 피해가 수억달러는 될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지원을 공식적으로 호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P통신은 7만명이 거주하고 해안, 골프장, 리조트로 유명한 이들 두 섬의 주택 중 거의 절반이 파괴되거나 심하게 훼손됐다는 추산도 있다고 보도했다.

바하마 정부가 구호 작업에 들어간 가운데 국제사회의 지원도 본격화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피해자들에게 애도의 뜻을 표시하면서 유엔이 바하마 정부가 이끄는 구조 및 구호 노력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허리케인 희생자들이 주택과 목숨을 잃는 고통을 받고 있다며 바하마의 모든 이들을 위한 기도를 권고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인도주의적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해안경비대와 영국 해군, 유엔, 적십자 등 구호단체들이 생존자에게 음식과 의약품을 전달하고, 헬리콥터를 이용해 사람들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NYT는 헬기 조종사가 구호품을 싣고 구조 활동을 준비하고 있지만 섬 곳곳이 파손돼 착륙할 곳을 확신하지 못한 채 구조 활동에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 측은 "파괴 규모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예비 추산에 따르면 그랜드바하마섬과 아바코섬에 사는 6만200명의 사람들이 식량 지원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손원태기자 wt2564@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