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이 6일 북한이 종전선언보다 더 원한 것은 개성공단에 미국 기업이 투자하는 것이었으며, 지난 6월 미국 의회·정부 인사들과 만나 이러한 북한의 의사를 소개했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이날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주최로 북·중 접경인 중국 랴오닝성 선양(瀋陽)에서 열린 '2019 민족화해포럼'에서 '개성공단과 한반도 평화경제'를 주제로 강연한 후 질의응답 과정에서 이같이 말했다.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은 개성공업지구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개성공단 관리·운영을 맡는 정부산하 공공기관이다. 김 이사장은 과거 개성공단에서 4년간 장기체류하기도 했다.

김 이사장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속에서 한국이 개성공단을 재개할 방안이 있는지 묻는 말에 "모든 게 다 들어가지는 못하겠지만, 제재를 엄격히 지키면서도 할 수 있는 방법들이 사실 일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반대하는 만큼 한미동맹의 관점에서 힘든 것"이라면서 지난 6월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과 미국을 방문, 브래드 셔먼 미 하원 아태소위원장(민주·캘리포니아)이 주관한 미 연방의회 개성공단 설명회에 참석하고 미국 국무부 관계자들을 만난 내용을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미국 인사들에게 설명한 논리에 대해 "한미동맹의 궁극적 가치는 한반도의 평화실현이며, 비핵화의 궁극적 가치는 평화실현"이라면서 비핵화가 궁극적 목적이 아님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어 "개성공단은 북한 퍼주기나 북한의 달러박스가 아니라고 설명했다"면서 "북한 노동자들에게 지급되는 임금은 (2004년 기준) 57달러, (2015년 기준) 160여 달러로, 4인 가족이 생활하기 빠듯하며 전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북한 인사들이 늘 우리에게 얘기한 것"이라면서 "북한은 미국에게서 종전선언·평화협정보다 받고 싶은 더 큰 것이 한가지 있다. 개성공단에 미국기업이 투자하기를 진짜 바란다"고 밝혔다.

또 "북한 인사들이 '미국은 자국 기업이 진출한 국가와는 전쟁하지 않는다고 들었다'면서, 종전선언보다도 실질적인 평화를 담보할 수 있는, 미국 유력기업들이 북한에 들어올 수 있다면 대찬성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이사장은 "(미국 측에) 그 얘기를 소개하면서 개성공단에 미국기업이 들어오면 어떻겠는가. 비핵화 협상은 비핵화 협상대로 하고, 개성공단에 미국 기업이 들어오면서 경협을 통해서 평화를 구현하자(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그는 "다만 미국의 대북정책은 압박을 통한 굴복 전략인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이사장은 "북한은 개성공단·금강산은 남북 간 평화적 합의의 결과물인데, 이에 대해 왜 미국 얘기를 하냐는 입장"이라면서 "남·북이 풀 수 있는 것은 풀고, 비핵화협상은 협상대로 같이 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비핵화에 진전이 있어야만 남북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다는, 핵 문제와 한반도평화 연계정책은 우리 스스로 손발을 묶는 것"이라면서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장은 이날 강연에서 "남북 경협은 북한이 하자고 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북한을 7, 8년 정도 설득한 산물"이라면서 "북한이 (땅값으로 1㎡당 1달러만 받는 등) 개성공단을 일정 정도 특혜적 조치로서 내놨다고 해도 무방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민화협 공동의장인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격려사에서 "2인3각 경기도 어려운데 한반도 상황은 6인12각 경기 정도 된다. 각국의 셈법이 다르다"면서 "어려운 상황을 돌파해야만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번영을 보증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선양=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