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한국에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지 않기 위해 한국에 대해 '결례 외교'를 편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을 방위상에 기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교도통신이 9일 보도했다.

통신은 오는 11일로 예정된 개각의 하마평을 다룬 기사에서 아베 총리가 고노 외무상을 방위상에 기용하려 하고 있다며 "한국인 징용공(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와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국에 일본의 입장을 엄격하게 제시한 자세를 (높이)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외무상에서 퇴임하더라도 방위상에 기용함으로써 한국 측에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통신은 이어 "고노 외무상이 방위상에 취임하면 한일 관계의 악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한미일 3개국의 안전보장 연대를 유지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고 덧붙였다.

교도 통신이 언급한 '잘못된 메시지'는 한국에 대한 결례 외교의 책임을 물어 고노 외무상을 '경질'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읽힌다.

고노 외무상은 지난 7월 19일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남관표 주일 한국 대사를 불러 항의하는 자리에서 남 대사가 발언하는 중간에 "잠깐 기다려주세요"라며 말을 끊고 면박을 줘 한국 정부로부터 결례라는 항의를 받았다.

또 여러 차례에 걸쳐 장관급 인사로서 격에 맞지 않게 국가 원수인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외교적 결례를 범했으며,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에서는 "한국이 역사를 바꿔쓰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면서 '적반하장'격의 막말을 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의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대표는 지난달 29일 '라디오닛폰'에 출연해 "(한국을 향해) 얼굴에 진흙 칠을 하는 것 같은 일만 과하게 했다"며 고노 외무상의 사퇴를 주장하기도 했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번 개각에서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을 유임하고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경제재생상을 외무상에 임명할 생각을 굳혔다.

모테기 경제재생상은 요미우리신문 기자 출신으로 하버드대학 존 F.케네디 공공정책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매켄지의 컨설턴트 등으로 활동하다 정계에 입문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 때 외무 부(副)대신을 역임했으며 이후 중의원 후생노동위원장, 금융·행정 개혁 담당상, 자민당 간사장 대리,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을 지냈다.

2012년 12월 아베 총리가 재집권한 후에는 경제산업상, 자민당 선거대책위원장·정무조사회장, 경제재생담당상 등 요직을 차지했다.

아베 총리는 또 자신의 최측근으로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 조치를 설계한 인물 중 한 명인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자민당 선거대책위원장을 자민당의 요직에 기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리 위원장은 아소 부총리, 스가 관방장관과 함께 아베 정권 출범 시 '친구 내각'을 구성했던 인물로 경제재생상을 맡다가 2016년 대가성 자금수수 의혹으로 2선 후퇴했었다.

이와 함께 스즈키 준이치(鈴木俊一) 올림픽 담당상은 당 4역 중 하나인 총무회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아베 총리는 또 보복 조치에 앞장섰던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을 참의원 간사장에 임명해 참의원에서의 개헌 논의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세코 경제산업상의 후임으로는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자민당 총무회장이 물망에 오른다.

아베 총리는 아울러 연립여당 공명당 소속 이시이 게이이치(石井啓一) 국토교통상을 같은 당 소속 아카바네 가즈요시(赤羽一嘉) 정조회장 대리로 교체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