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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추석을 맞아 '제사 상차림', '추석 차례상 차리기', '추석 차례 지내는 법' 등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가운데, 홍동백서·조율이시 등이 시민들의 눈길을 모으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추석을 맞아 '제사 상차림', '추석 차례상 차리기', '추석 차례 지내는 법' 등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가운데, 홍동백서·조율이시 등이 시민들의 눈길을 모으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이 밝힌 종가 제례음식 자료집성에 따르면 오늘날 기본 30가지가 넘는 제물을 차린다.

1열엔 시접ㆍ밥ㆍ국ㆍ떡을, 2열엔 어찬과 육찬, 3열엔 육탕ㆍ소탕ㆍ어탕, 4열엔 포ㆍ나물ㆍ식혜, 5열엔 대추ㆍ밤 등 과일류를 올린다.

차례상 관련해서 반서갱동(飯西羹東ㆍ밥은 서쪽이고 국은 동쪽), 적전중앙(炙奠中央ㆍ산적과 전은 중앙에 놓는다), 서포동혜(西脯東醯ㆍ포는 서쪽이고 생선젓과 식혜는 동쪽에 놓는다), 홍동백서(紅東白西ㆍ붉은 색깔의 과일은 동편, 하얀색 과일은 서편에 올린다), 어동육서(魚東肉西ㆍ어류는 동편에, 육류는 서편에 놓는다), 두동미서(頭東尾西ㆍ생선의 머리는 동쪽을 향하고 꼬리는 서쪽을 향하게 놓는다), 동조서율(東棗西栗ㆍ대추는 동쪽이고 밤은 서쪽에 놓는다), 배복방향(背腹方向ㆍ닭구이나 생선포는 등이 위로 향한다) 등이 있다.

그런데 제례 본래 모습을 보면 의례와 상차림이 지금보다 훨씬 간소하다. 중국 송나라 주자가 쓴 제례 규범서인 주자가례(朱子家禮)에서 알 수 있다. 여기에는 간장 종지까지 포함해 제물 19종을 그려 놓았다.

과일도 과(果)로만 했을 뿐 조율이시(棗栗梨枾)인 대추, 밤, 배, 감과 같은 과일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홍동백서(紅東白西·제사상을 차릴 때 신위를 기준으로 붉은 과일 동쪽에 흰 과일 서쪽에 놓는 일), 조율이시 따위 진설법은 근거가 없다.

또 생선은 조기, 방어 등이 아니라 어(魚)로만 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제사 음식 간소화는 시대 변화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제례문화 전통인 셈이다.

게다가 차례와 제사는 다르다. 설날과 추석에 지내는 제사는 차례(茶禮)이다. 말 그대로 차를 올리는 예(禮)다.

주자가례에는 "정초, 동지, 초하루, 보름에는 하루 전에 청소와 재계를 한다. 이튿날이 새면 사당 문을 열고 신주를 모신 감실(龕室)에 발을 걷어 올린다. 신주마다 햇과일이 담긴 쟁반을 탁자 위에 차려둔다. 그리고 찻잔과 받침, 술잔과 받침을 둔다"고 했다.

더구나 정초, 보름 등에 지내는 차례를 제례에 포함하지 않고 예로 분류했다.

그래서 기제사와 달리 밥, 국을 비롯한 제물을 차리지 않고, 계절 과일을 담은 쟁반과 술, 차를 올리는 것이다.

이처럼 설날과 추석은 해가 바뀌고 수확 계절이 되었다는 사실을 조상에게 고(告)하는 의식이다

국학진흥원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차례와 제사 구분을 하지 않는 게 보통이다. 따라서 차례에 간단한 음식을 장만하는 원래 예법을 지키면 조상제사에 부담감을 덜어낼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국학진흥원은 한국학중앙연구원 토대연구지원사업 하나로 2017년부터 3년 동안 사라지는 종가 제례문화 원형을 문화유산으로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있다.

/편지수기자 pyunjs@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