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홍콩 시위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홍콩 경찰은 이번 주말에도 폭력 충돌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경찰 약 4천명을 배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MCP)에 따르면 홍콩 경찰 고위 관계자는 16주 연속 예고된 주말집회를 앞두고 "폭력 상황이 예상된다"면서 "발생 가능한 불안 상황에 대처하고자 도시 전역에 4천명의 경찰을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저녁 홍콩 위안랑 지하철역에서는 지난 7월 21일 발생한 '백색테러'에 항의하는 연좌농성이 예고돼있다.
당시 흰옷을 입고 마스크를 쓴 100명 넘는 남자들이 위안랑 역에서 시위대와 행인 등을 쇠파이프로 공격한 바 있다.
이와 별개로 툰먼 지역에서도 집회가 예고돼있다.
툰먼에서는 '빅 마마'로 불리는 중국 중년 여가수들이 공원에서 매일같이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시끄럽게 공연하는 데 항의하는 주민 집회가 지난 7월 6일 열린 바 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성격의 집회가 될 전망이다.
이들 집회뿐만 아니라 송환법 반대 메시지를 벽에 붙여놓은 '레넌 벽'을 둘러싸고 친중·반중 세력간 충돌 우려가 큰 상황이다.
친중파 의원 주니어스 호(何君堯·허쥔야오)는 '클린업 홍콩' 캠페인과 함께 이날 오전 9시부터 레넌 벽을 치우겠다고 밝혔다가 안전상의 우려로 이러한 행동을 자제하겠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시위는 22일 더욱 격렬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SCMP는 시위대가 지하철 운행을 방해하고 국제공항으로 통하는 도로를 막는 등의 방식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 민항국은 시위대가 드론을 날려 비행기 운항을 방해하거나 무선 전파를 쏴 항공 통신을 방해할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불법일 뿐만 아니라 매우 위험한 행위"라고 경고했다.
경찰은 20일 브리핑에서 지난 6월 9일부터 총 1천474명을 체포해 207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최루탄 3천100발, 고무탄 590발 등을 사용했으며 경찰 250명이 부상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20일에는 홍콩대학 학생들이 학내 집회에서 미국 성조기를 흔들고 미국 국가를 부르면서 미국을 향해 홍콩을 제재할 수 있는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을 제정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밖에 홍콩 야당인 데모시스토(香港衆志)는 청카룽 부대표 등 당원 3명이 지난 3월 중국 국가(國歌) 모독자를 처벌하는 '국가법' 제정 관련 공청회에서 위원장의 책상을 덮친 행위로 기소됐다고 발표했다.
/손원태기자 wt2564@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