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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스웨덴의 16세 소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지난 24일(한국시간)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연설하는 모습. /AP=연합뉴스

기후변화 대응 청년운동의 상징으로 부상한 스웨덴 '환경 소녀' 그레타 툰베리(16)의 외침에 세계 각지 환경 운동가들이 호응했다.

툰베리를 비롯한 학생들의 주도로 전개된 기후변화 대응 촉구 시위인 '환경 파업' 집회가 27일 캐나다, 이탈리아, 독일, 오스트리아, 폴란드, 뉴질랜드, 아르헨티나. 칠레에서 대규모로 열렸다.

특히 툰베리가 참가한 몬트리올 시위에는 주최 측 추산 50만명, 지역 당국 추산 31만 5천명이 운집, 캐나다 시위로는 역대 최다 인파가 몰렸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몬트리올 기후변화 대응 집회는 전 세계 환경 시위 중에서도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고 영국 국영 BBC 방송이 보도했다.

몬트리올뿐만 아니라 동부 대서양 연안 도시 세인트존스에서 서부 밴쿠버에 이르기까지 캐나다 곳곳에서 집회가 열려 툰베리에 힘을 보탰다.

이탈리아에서도 로마와 밀라노 등 전국 160여개 도시·마을에 모인 시위대 규모가 100만명을 헤아렸다.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에서도 도시 역사상 가장 큰 시위가 열렸고, 오스트리아에서도 주최측 추산 15만명이 모였고, 서울에서도 500명이 '환경 파업'에 동참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했다.

몬트리올 시위는 툰베리가 유엔총회에서 "당신들이 감히 어떻게?"라며 기후변화 대응에 소극적인 전 세계 정상을 추상같이 질타하는 연설을 한 후 참가한 집회여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툰베리의 서슬퍼런 연설에 "매우 행복한 어린 소녀"라고 반응, 툰베리의 호소를 무시하고 조롱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날 몬트리올 집회 시작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툰베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지 않았지만 "어른들이 좋은 일을 할 수 있는데도, 왜 의사소통하고 과학적 근거에 따라 행동하는 대신에 아이들과 10대를 놀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꾸짖었다.

그는 기후변화 대응에 부정적인 지도자들을 겨냥, "그들은 자신의 세계관이나 이익이 (중략) 우리로부터 위협을 받는다고 느끼는 게 틀림없다"고 비판했다.

툰베리는 "우리의 소리는 이제 너무 커져서 그들이 통제할 수 없기에 우리 입을 막으려 한다"면서 "우리는 그것을 칭찬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툰베리가 단상에 오르자 "그레타! 그레타!"라고 이름을 연호했다.

동부 연안 도시 프레드릭턴의 파스칼 모리마노(17)는 툰베리가 본보기를 보였다며 "그는 행동주의를 혁명적으로 바꾸는 모범을 실행한, 새로운 행동주의의 표상"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진에는 자유당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부인 소피 그레고어 여사 및 두 자녀와 함께 참가했다.

집회에 앞서 트뤼도 총리와 비공개로 만난 툰베리는 트뤼도 총리에 관한 취재진의 질문에 "그도 물론 미흡하지만, 이것은 시스템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모든 정치인에게 보내는 내 메시지는 동일한데, 듣고 과학에 따라 행동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위를 주도한 '캐나다 기후파업'은 성명에서 "전국 청년 집합체로서 우리는 현재 캐나다 사회가 맞고 있는 생태·사회적 재앙의 도정에서 벗어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과감한 행동만이 인류를 위한 유일한 대안"이라고 밝혔다.

시위대는 특히 신규 석유 가스 사업 계획을 일절 중단하고 오는 2030년까지 배출 가스를 획기적으로 감축할 것을 촉구했다.

/손원태기자 wt2564@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