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디귿 김두연 대표 (3)
'순수미술 청년들의 취업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주)디귿을 세운 김두연 대표는 아름다운 한글 도장을 입양되는 아이에게 선물하는 사랑도 나누고 있다. /하남시 제공

봅슬레이에 '대한민국' 쓰며 선전기원
실업청년·경단녀등 '취업문' 열어줘
홀트아동복지회 입양아 도장 선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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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담은 글씨의 힘을 믿습니다. 한글로 세계를 디자인하겠습니다."

하남시 미사강변동로 180(망월동), 미사강변도시 14단지 관리동 2층에 사무실을 둔 사회적기업 (주)디귿의 김두연(44) 대표는 '캘리그래피(손글씨)'라는 재능을 사고파는 일을 한다. 다시 말해 글씨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사회적 가치도 함께 만들어 간다.

(주)디귿은 2011년 '청년 등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통해 예비 사회적기업이 된 이후 2년의 예비 기간을 거쳐 2013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당시 '글씨를 써서 파는 일(캘리그래피)'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김 대표는 "세상에 하나뿐인 글씨를 만드는 일"이라며 고집했고 "의미를 전달하는 활자를 더 아름답게, 그리고 상황에 더 어울리게 만드는 일은 절대 쉽지 않을뿐더러 매우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일"이라는 시각을 가지고 견지하고 있었다.

캘리그래피로 서각(書刻)한 예쁜 도장 제작부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봅슬레이 썰매에 새겨진 '대한민국'까지 다양한 곳에 (주)디귿의 작품을 찾아볼 수 있다.

김 대표는 "글씨가 가진 힘이 크다고 믿고 '대한민국'을 쓸 때도 우리 봅슬레이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며 마음을 다해서 썼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도 그냥 좀 써서 주면 되지 뭘 돈 받고 파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저작권과 사용권에 대한 개념도 확실하게 정착되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

서예를 전공한 김 대표는 졸업 후에도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제각각 다른 일을 하는 제자들을 보며 '순수미술 청년들의 취업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뜻을 품고 사회적기업 활동을 시작했다.

3년 전 하남으로 이전해 온 사회적기업 (주)디귿은 지역사회와 안정적인 연계를 통해 실업청년, 경력단절 여성 등에게 취업의 문을 열어주기 위해 노력 중이다. 특히 2012년부터 홀트아동복지회와 함께 입양아들의 도장을 선물하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아직 나이 어린 미혼모들이 자신의 아이를 먼 타국으로 입양을 보내기 전 '마지막 선물'을 준비해 준다"며 "비록 현실적 아픔으로 해외로 입양되지만, 입양아들이 자기 이름이 새겨진 도장의 한글 이름을 뿌리로 간직해 다시 돌아오는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마음을 담아 글씨를 쓰고 파는 것이 자신의 직업"이라며 "단순히 글씨를 쓰는 사람만이 아닌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남/문성호기자 moon2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