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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권희망 강강술래가 진행한 '옐로하우스 인천성매매집결지 폐쇄과정 아카이브' 작업에 참여한 (오른쪽부터) 류재형, 서은미, 임기성 사진작가.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

인천시 공모사업 철거 전 현장 기록
가재도구·옷 등 골목안 모습 그대로
"역사 단면… 가치 판단 사람들 몫"


"숭의동의 옐로하우스에도 인천의 정체성이 담겨 있어요. 거리와 건물이 사라지지만, 그 흔적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성매매 집결지 폐쇄과정 아카이브 '살다 지우다 남기다'가 30일 인천시 미추홀구 틈 문화창작지대에서 북 콘서트 형태로 진행된 가운데, 아카이브 작업에 참여했던 사진작가 류재형(65), 서은미(52), 임기성(56)씨는 공통된 소회를 밝혔다.

이번 아카이브 작업은 2019학년도 인천광역시 양성평등문화 확산 및 여성단체 활성화 공모사업으로 기획돼 (사)인권희망 강강술래가 진행했다.

1960년대부터 미추홀구 숭의동에 형성된 옐로하우스가 2008년 도시 정비 계획 시작 이후 올해 2월부터 본격적인 철거로 사라지게 되자 현장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 진행됐다.

세 작가는 2018년 1월부터 인권희망 강강술래로부터 의뢰를 받아 현장의 기록을 사진으로 담았다.

류재형 작가는 1년 반 넘게 촬영했던 시간에 대해 "쉽사리 사진을 찍을 수 없는 곳이라 그 어느 때보다도 카메라 무게가 무겁게 느껴졌다"면서 "살아오면서 들은 욕의 곱절은 들었다"고 회상했다.

작가들은 각자의 시각으로 골목 안에 남아있는 60년 세월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류 작가는 "옐로하우스 업소들에 있는 방 안 모습이 제각각 달랐다"며 "안에 있던 각종 가재도구, 옷, 소품 등을 비춰보며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철거가 시작되고 업주와 성매매 종사자들이 다른 곳으로 이사 가는 모습도 봤다. 옐로하우스는 사라졌지만,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성(性)을 사고파는 일은 계속될 건데 이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도 했다"고 말했다.

서은미 작가는 "처음 작업 의뢰가 들어왔을 때 '사라져 가는 공간에 대한 기록'이라 여기며 간단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며 "일을 진행하며 개인적인 시각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이곳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임기성 작가는 "옐로하우스에 대한 가치 판단은 배제하고 이곳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살았는지를 있는 그대로 담고자 했다"며 "내가 생각하는 사진이란 '사실'을 담는 것이고 판단은 보는 사람들 몫이라고 생각해서다"고 했다.

인천에서 나고 자란 세 작가는 이번 작업이 사라져 가는 인천의 한 부분을 기록으로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류 작가는 "옐로하우스가 있었던 이곳 역시 우리 인천 역사의 한 단면으로 본다"며 "오래되고 불편한 것들을 없애고 외면하기보단 기록으로 남겨 의미 있게 되새겨야 한다"고 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