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퇴치 연구로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에스테르 뒤플로(46)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14일(현지시간) 전세계 빈곤퇴치 연구를 본격화하는 물꼬가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뒤플로 교수는 이날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MIT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전세계 빈곤층의 운명이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뒤플로 교수는 같은 MIT대 교수이자 남편인 아브히지트 바네르지(58), 하버드대 마이클 크레이머(55) 교수와 함께 빈곤퇴치를 위한 실험적 연구와 노력을 인정받아 올해 노벨 경제학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됐다.

함께 회견장에 들어선 바네르지 교수도 이번 노벨경제학상 수상으로 빈곤퇴치 연구의 문이 더욱 넓게 열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뒤플로 교수는 별도의 콘퍼런스콜에서도 "(빈곤퇴치 연구가) 훨씬 더 큰 운동이 되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고 밝혔다고 미 언론들이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들 세 명은 글로벌 빈곤을 연구하는 수백명의 연구자들을 대표한다"면서 "우리 사회에서 덜 부유한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더 깊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개도국 극빈층에 적용됐던 실험적 기법이 부유한 국가에서 힘겹게 사는 사람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뒤플로 교수는 "가난한 사람들은 캐리커처로 희화화 대상이 되는 게 다반사고 그들을 도우려는 이들조차 빈곤층 문제의 뿌리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에서 연구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제발전도 개도국 빈곤퇴치를 위한 좋은 연구 사례로 꼽았다.

뒤플로 교수는 한국 경제발전 모델에 대한 한국특파원들의 질문에 "한국은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국가별로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평가했.

바네르지 교수도 "한국이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본다"면서 "기술과 교육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고 평가했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의 스포트라이트는 역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가운데 최연소이자 두 번째 여성 수상자인 뒤플로 교수에게 맞춰졌다.

바네르지·뒤플로 교수가 공동으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도 주로 뒤플로 교수에게 질문이 집중됐다.

바네르지 교수는 수상 사실을 전화로 통보받은 과정을 설명하면서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가 우리 부부 중 한 명에 대해 컨퍼런스콜을 요청했는데, 특별히 여성을 원한다고 말했다"면서 "나는 자격 미달이라서 곧바로 침대로 되돌아갔다"고 말해 회견장의 웃음을 자아냈다.

MIT 대변인 킴벌리 앨런은 기자들에게 '바네르지와 그의 아내'로 호칭하지 말라고 당부하면서 '뒤플로와 그 남편'으로 부르도록 제안하기도 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뒤플로 교수는 여성으로서 역대 두 번째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것과 관련, 전통적으로 남성 지배적인 분야에서 여성을 위해 "매우 중요하고 적절한 때에 (수상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뒤플로 교수는 이번 수상으로 무엇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라듐 발견으로 여성으로서 처음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마리 퀴리가 상금으로 라듐을 샀다는 내용을 어릴 적 읽었다면서 "공동 수상자들과 얘기해 '우리의 라듐'이 무엇인지 생각해 내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뒤플로 등 수상자 3명은 상금 900만크로나(약 10억8천만원)와 함께 노벨상 메달과 증서를 받는다. 하버드대의 크레이머 교수는 별도의 회견을 하지 않았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