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북부 시리아 철수를 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 의회의 긴장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하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철수 결정을 비판하는 결의안을 압도적으로 통과시킨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친정인 공화당에서도 정부의 시리아 정책에 대한 비판론이 계속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터키 제재안이 실질적 효과를 내기에 미흡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공화당 의원들은 하원에서 터키 제재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 탄핵 문제를 둘러싸고 극심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시리아 철군 문제에 대해서는 공히 트럼프 대통령을 협공하는 모양새다.

AP통신은 16일(현지시간) 하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북부 시리아 철수 결정을 비난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354 대 60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이 결의안은 의회가 미군의 북부 시리아 철수 결정을 반대하며 터키는 시리아에서 군사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백악관이 이슬람국가(IS)를 지속적으로 격퇴할 계획을 제시하도록 했다.

하원 토론 과정에서 공화당 의원들은 철수 결정을 재앙이라고 비판했고, 민주당 세스 물턴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독재자와 도살자의 편을 들었다고 맹공을 가했다고 AP는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공화당 하원 지도부인 리즈 체니 의원을 인용해 공화당 의원들이 터키에 제재를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진 못했지만 양당이 터키의 침공을 비난하고 있어 이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 공화당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과 의회 지도자들과 회동했다.

펠로시 의장이 지난달 24일 트럼프 대통령 탄핵조사 착수를 발표한 이후 두 사람이 대면하는 것은 처음으로, 시리아 철수나 탄핵 문제를 놓고 날선 대화가 오갔을 가능성이 있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 15일 "트럼프 대통령의 잘못된 결정은 지역 안보를 위험에 빠뜨리고 미국의 신뢰도를 훼손한다"고 비판했고, 매코널 원내대표도 미군 철수가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재앙적인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동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펠로시 의장에 대해 "그녀는 가짜 마녀사냥을 만들어 냈다"며 펠로시 의장이 "이 나라에 엄청난 해를 끼쳤다"고 탄핵 추진을 맹비난했다.

북부 시리아 철수 결정에 대한 공화당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상원 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라크를 떠날 때보다 더 나쁜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 뒤 트럼프 대통령의 재고를 촉구했다.

그는 또 "터키의 침입이 우리와 상관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갈등을 끝내기 위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능력을 완전히 약화한다"고 비판했다.

펜스 부통령은 폼페이오 국무장관,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과 함께 이날 터키로 출발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직접 만나 사태 수습을 시도할 계획이다

공화당 밋 롬니 상원의원은 "쿠르드족을 버리는 것은 미국 역사에서 매우 어두운 순간이었다"고 비판한 뒤 펜스 부통령 등의 터키 방문에 대해서도 "말이 떠난 후에 농부가 마구간을 잠그는 것과 비슷하다"고 혹평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그레이엄 의원은 수천 명의 병사들과 수천 년 간 중동에 머물며 다른 사람의 전쟁에서 싸우고 싶어한다"며 "나는 중동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그레이엄 의원이 상원 법사위원장임을 겨냥해 2016년 대선 때 오바마 행정부 관리들을 포함한 부패 혐의 조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이것이 그레이엄이 집중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