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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6일 미국 워싱턴에서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을 위한 리셉션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시리아를 침공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편지를 보낸 사실이 공개됐다고 로이터 통신과 CNN 등이 16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보낸 지난 9일자 편지에서 "터프가이가 되지 마라. 바보가 되지 마라!"며 시리아 침공 계획을 번복하라고 설득했다. 앞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6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침공 계획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북부 주둔 미군 철수를 결정해 터키가 미국의 동맹인 쿠르드족을 침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 비판을 누그러트리기 위해 트럼프의 친서를 공개했다고 로이터는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에서 "잘 해결해보자"면서 "당신은 수천 명의 학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지 않을 것이고, 나도 터키 경제를 파괴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지 않다. 그리고 나는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나는 당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면서 "세계를 실망시키지 마라. 당신은 훌륭한 거래를 할 수 있다"며 협상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쿠르드족이 이끄는 시리아 민주군(SDF) 사령관인 마즐룸 코바니 압디의 편지를 동봉했다면서 "마즐룸 사령관은 당신과 협상하고 양보할 의사가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 일을 올바르게 인도주의적으로 처리하면 역사는 당신을 호의적으로 볼 것"이라며 "만약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역사는 당신을 영원히 악마로 여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터키의 쿠르드족 침략에 '그린 라이트'(green light·승인)를 준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편지 공개를 지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뿐 아니라 많은 공화당 의원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분쟁지역인 시리아 북부에서 미군 철수를 결정해 터키가 그 지역에 거주하는 쿠르드족을 침략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고 비판해왔다.

/편지수기자 pyunjs@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