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규모 이상의 공동주택개발
폐기물부담금 지자체 납부 규정
"주민편익시설까지 부담은 위법"
LH 2차 취소訴도 사실상 '완승'
현재 고양, 성남, 부천, 평택, 의정부, 군포, 이천, 하남, 양주, 구리, 의왕 등 도내 11개 지자체가 LH와 폐기물부담금 취소소송을 진행했거나 진행 중이고 서울 송파, 강원 원주·춘천, 대구 북구·동구, 울산 중구·북구, 전북 전주·완주, 경남 창원도 취소소송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소송결과가 사실상 패소 결론이 나면서 지자체마다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의 '반환금 폭탄'을 맞게 됐지만, 고액의 반환금 폭탄보다 제3기 신도시 등 추후 대규모 주택사업이 진행될 때마다 똑같은 현상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폐기물부담금 소송의 발단과 폐촉법의 문제점에 대해 살펴본다.
■ 어떻게 폐기물부담금 소송이 시작됐나?
1995년 1월 제정된 폐촉법은 처음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공동주택개발사업자에게 폐기물처리시설을 설치하거나 폐기물부담금을 지자체에 납부토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제2기 신도시가 건설되기 시작한 2004년부터 30만㎡ 이상인 공동주택단지를 조성한 사업자에게 폐기물부담금을 부과했다.
지자체로부터 폐기물부담금을 부과받은 LH는 2011년 무렵부터 ▲폐기물부담금의 폐기물 발생량 ▲부지매입비용 ▲변동계수 적용 등에 대해 이의제기하며 '제1차 폐기물부담금 취소소송'을 진행했고 법원도 LH의 손을 들어줬다.
이 때문에 지자체마다 수십억에서 1천억원에 이르는 반환금을 물게 될 처지에 놓이게 되자 환경부는 2012년 '택지개발에 따른 폐기물 처리시설 설치비용 산정에 관한 표준조례'를 마련했고 지자체도 2012~2013년 표준조례에 맞춰 폐기물부담금 관련 조례를 제정한 뒤 종전 부과했던 폐기물부담금을 취소하고 폐기물부담금 조례에 따라 새로운 폐기물부담금을 재부과했다.
그러나 2013년 서울주택도시공사(현 SH공사)가 서울 서초구가 내곡보금자리지구 폐기물부담금 조례에 따라 부과한 '폐기물부담금' 중 "법령의 근거 없이 주민편익시설 설치비까지 부담토록 한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했고 LH도 뒤를 이어 같은 내용의 소송을 제기하면서 '제2차 폐기물부담금 취소소송'이 진행되고 있으며 제2차 폐기물부담금 취소소송마저도 사실상 택지개발사업자의 완승으로 결론이 나면서 '반환금 폭탄'을 피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 폐기물부담금 쟁점 무엇
폐기물 발생량 산출기준, 폐기물시설 부지면적의 변동계수 적용여부, 주민편익시설 설치비용 부담여부, 관리동·세차동 면적기준 산정기준, 지하설치비용 인정여부 등으로 요약된다.
환경부의 기준에 따라 택지개발지구의 폐기물발생량을 산출하는데 계획인구가 산출기준이 된다.
그러나 계획인구는 상주인구, 상근인구, 유동인구 중 해당 지역에 주소지 둔 상주인구만 포함되면서 타 지역에 주소를 둔 채 오피스텔이나 기숙사에 거주하는 상근 인구와 학교, 교회 등의 유동인구가 빠져 그만큼 산출량에서 오차가 발생하게 된다.
또한 폐기물처리시설 설치비에는 변동계수를 적용하는 반면, 폐기물시설 부지면적에는 변동계수를 적용한다는 규정이 없어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변동계수를 1.2~1.3 적용하면 부지면적보다 20~30% 많은 시설이 설치되는 셈이다.
폐촉법 제6조에는 택지개발사업자에게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또는 설치비용 납부비용을 부담토록 하고 있지만, 같은 법 제20조의 주민편익시설 설치 의무자에는 택지개발사업자가 빠져 있다.
이 때문에 법원도 택지개발사업자에게 주민편익시설 설치비용을 부담토록 한 조례가 상위법령의 위임범위를 벗어나 위법하다고 판결하고 있어 결국 택지개발로 인한 주민편익시설을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설치해야 하는데 모순이 발생한다.
폐기물부담금 조례의 관리동과 세차동 등 기타시설에 대한 부지면적 산정기준에 대해선 그동안 법원은 부정적 입장이었으나, 지난 7월 대법원이 전주시와 LH간 소송에서 "상위법령의 위임 한계를 벗어나 무효라 볼 수 없다"고 판시해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지자체마다 혐오시설로 낙인된 폐기물처리시설 설치문제로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하남시의 기초환경시설(유니온파크)은 친환경적인 시설로 우수사례로 평가받고 있지만, 법원은 지상보다 비용이 현저하게 더 많이 드는 지하설치 기준으로 폐기물부담금을 산정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있어 법원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자체, 법 개정·정부대책 요구
"개발이익의 일정부분 환원해야"
■ 폐기물부담금 개선방향은
해당 지자체들은 신도시 건설 등 택지개발사업으로 LH는 막대한 이익을 취하는 반면, 지자체는 신도시의 부족한 기반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많은 재정적 부담을 떠안게 된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더욱이 '제3기 신도시 공공주택지구 지정'이 고시되는 등 추후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이 예정된 만큼 또다시 폐기물부담금과 관련된 혼란 및 소송으로 인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반드시 개선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한 폐기물부담금 취소소송에서 줄줄이 패소한 이유가 상위법령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환경부의 표준조례가 주된 원인인 만큼 폐촉법 등 관련 법령의 조속한 개정과 함께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남시 관계자는 "친환경 폐기물시설의 설치근거 및 명확한 부담금 부과기준을 마련하는 등 현실에 맞는 법령개정을 통해 무익한 소송을 피하고 택지개발에 따른 개발이익을 해당 지역에 일정 부분 환원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남/문성호기자 moon23@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