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101001412200067771.jpg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이스탄불에서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시리아 북동부에서 5일간 군사작전을 중단하기로 미국과 합의한 지 하루 만인 이날 기자들과 만나 "휴전 조건이 완전히 이행되지 않으면 작전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탄불 AP=연합뉴스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서 터키와 쿠르드 민병대 간 휴전 합의가 불안하게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북동부 도시 라스 알-아인에 머물던 쿠르드 민병대가 20일(현지시간) 터키와의 합의에 따라 도시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중재로 이루어진 터키-쿠르드 간 휴전 및 안전지대 설치 합의 이행 가능성이 커졌다.

쿠르드 민병대가 터키와의 휴전 합의에 따라 그동안 통제해온 시리아 북동부의 다른 도시들에서도 철수할지 주목된다.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가 주축을 이룬 쿠르드·아랍 연합 전투부대인 시리아민주군(SDF) 소속 전투원들과 부상자들은 이날 터키가 앞서 점령한 시리아 북동부 도시 라스 알-아인에서 완전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AFP 통신은 현지 특파원 발로 "SDF 소속 전투원과 부상자 등을 태운 50여대의 차량이 라스 알-아인을 떠났다"고 전했다. 이들이 떠난 직후 현지 병원 시설에서는 불길이 타올랐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터키 국방부도 이날 성명에서 "약 55대의 (SDF) 차량 행렬이 라스 알-아인으로 들어갔다가 86대의 차량이 탈 타미르 방향으로 떠났다"고 밝혔다.

SDF 대변인 키노 가브리엘도 성명에서 "미국이 중재한 터키와의 군사작전 중단 합의 일부로 우리는 라스 알-아인에서 모든 SDF 전사들을 철수시켰다. 이 도시에 우리 전사는 더는 없다"고 발표했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시리아 내전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도 SDF가 이날 라스 알-아인에서 완전히 철수했다고 확인했다.

터키와 쿠르드는 지난 17일 미국의 중재로 5일 동안 조건부로 휴전하기로 합의했다.

휴전 조건은 YPG가 120시간 안에 터키가 설정한 시리아 북동부의 안전지대(완충지대) 밖으로 철수하고 터키군이 안전지대를 관리하는 것이다.

터키는 시리아 북동부 국경을 따라 폭 30㎞ 지역에 안전지대를 설치하고 자국 내 시리아 난민 약 360만명 가운데 일부를 이주시킬 계획이다.

AP 통신에 따르면 쿠르드 고위당국자는 전날 터키군에 의해 점령된 라스 알-아인에 남아있는 대원들과 민간인들이 대피하면 미국이 중재한 합의에 따라 터키와의 국경 지역에서 SDF 군대를 철수시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국자는 라스 알-아인 잔류 쿠르드인들의 철수가 먼저 이뤄져야 쿠르드 민병대가 라스 알-아인과 탈 아브야드 사이의 연장 120km에 걸친 지역에서 철수해 국경에서 30km 후방으로 물러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쿠르드 당국자가 시리아 북동부 지역 철수를 공식적이고도 구체적으로 밝힌 첫 사례라고 AP 통신은 해석했다.

쿠르드 민병대는 앞서 친터키계 전투원들이 자신들을 포위하고 부상자 후송까지 막고 있어 라스 알-아인으로부터 철수할 수 없다고 주장했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20일 이스탄불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연설하며 "만일 그들이(쿠르드 민병대가) 합의를 존중하면 모든 것은 좋을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으면 120시간이 지난 뒤에 우리는 우리가 멈춘 곳에서 '평화의 샘' 작전을 재개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에르도안은 지난 9일 평화의 샘 작전 개시 이후 756명의 쿠르드 민병대 전투원들이 사망하거나 부상 혹은 생포됐다고 전했다.

반면 터키 측은 군인 5명과 민간인 20명, 친터키계 반군 연합 시리아국가군(SNA) 대원 76명 등이 숨졌다고 소개했다.

에르도안은 미국도 휴전 합의에 따른 약속을 지키고 지연 전술을 쓰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이날 오는 22일 러시아 소치에서 열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시리아 북부 만비즈와 코바니로부터 YPG 대원들을 철수시키는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차우쇼을루는 "터키는 휴전 기간 종료 때까지 안전지대에 단 1명의 YPG 대원도 남아있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브라힘 칼른 터키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날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터키에 체류하고 있는 시리아 난민 가운데 200만명을 재정착 시킬 수 있도록 시리아 정부군이 터키 국경 인근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서 철수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칼른은 "터키는 시리아 정부군도 쿠르드 민병대도 터키 국경 인근의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 남기를 원치 않는다"면서 "왜냐하면 그들이 남아있으면 (시리아) 난민들이 이곳으로 이주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터키는 이 지역을 터키군이 감시할 것이라고 칼른은 덧붙였다.

한편 로이터·AFP 통신 등에 따르면 터키 국방부는 20일 탈 아브야드에서 쿠르드 민병대 YPG의 공격으로 터키 병사 1명이 사망하고 다른 1명은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국방부는 "YPG가 대전차 무기와 경화기를 이용해 탈 아브야드에서 정찰·감시 임무를 수행하던 터키 병사들을 공격했다"면서 "이에 터키군도 자위 차원에서 보복 공격을 가했다"고 소개했다.

국방부는 이 같은 쿠르드 측의 휴전 합의 위반에도 터키는 합의를 계속 준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