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ASF)으로 돼지고기 가격이 치솟자 중국에서 개고기나 토끼고기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3일 "중국의 가장 인기 있는 육류인 돼지고기가 공급 부족 현상을 빚자 중국인들이 개고기와 토끼고기 등을 포함한 대체 육류를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값비싼 돼지고기 대신 개고기나 토끼고기 등 다른 육류를 찾는 수요는 소득수준이 낮은 중소도시나 농촌 지역에서 늘어나고 있다.

SCMP에 따르면 장시(江西)성 완안현의 한 식당은 최근 돼지고기 대신 개고기 요리를 취급하기 시작했다.

이 식당의 종업원은 가격 폭등으로 돼지고기 요리를 찾은 손님이 거의 없다면서 개고기 요리를 추천하고 있다는 것이다.

완안현의 한 슈퍼마켓에서는 토끼고기 판촉 행사를 하고 있다. 돼지고기 가격이 1㎏당 72∼74위안으로 1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뛰었기 때문이다.

가격 폭등으로 돼지고기를 찾은 소비자들이 줄어들자 이 슈퍼마켓은 정가가 kg당 43.6위안인 토끼고기를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

장시성 지안현에 사는 류강 씨는 "농촌 지역에서는 돼지고기는 값이 비쌀 뿐만 아니라 구매하기도 어렵다"면서 "인근 돼지 농장에서 기르던 수많은 돼지가 ASF로 인해 살처분됐다"고 말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돼지고기 소비국이자, 양돈 국가다. 돼지고기는 중국인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국민 육류'로 꼽힌다.

문제는 중국의 돼지고기 파동이 단기간 내에 진정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9월 돼지고기 전국 평균 가격은 1년 전보다 69%나 올랐다.

하지만 ASF 확산을 막기 위해 살처분하는 돼지가 늘고, 사육량이 줄어들면서 돼지고기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내다보는 사람이 많다.

올해 9월 기준 중국의 돼지 사육량은 1년 전보다 41.4% 감소했다.

돼지사육 감소로 가격이 급등하자 중국은 수입량을 늘리는 등 수요를 맞추고 가격을 진정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중국의 돼지고기 수입량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3.6% 증가한, 132만t에 달했다.

지난해 8월 북부 랴오닝(遼寧)성의 한 농가에서 ASF가 처음 발병한 이후 1년 2개월여만에 중국 전역으로 퍼졌다.

ASF는 치사율 100%인 바이러스 출혈성 돼지 전염병이지만 구제역과 달리 예방 백신이 없다.

당초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 발생해 1960년대 서유럽으로 퍼진 뒤 1990년대 중반 유럽에서는 박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야생멧돼지 등을 통해 동유럽에 전파된 ASF는 지난해 8월 중국에서 발생한 뒤 베트남과 라오스, 북한, 한국 등지로 확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