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美 중증 폐질환 사례 1479건 발생
연구 미미… 정확한 원인 못 밝혀
가향제품 판매금지 등 예방조치만

최근 국내서도 '첫 의심사례' 접수
복지부, 검증전까지 사용중단 권고
호흡·소화기 이상 땐 병원 찾아야

2019102401001723800083205
담배가 가진 유해성이 다시금 한국사회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번에 문제가 된 건 '액상형' 전자담배이다. 

 

일반담배나 전자담배나, 궐련형이든 액상형이든 담배 자체가 백해무익(百害無益)하다는 사실에 반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난 2017년 기준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가 6만1천명에 달한다는 국내 연구보고서도 있으니, 최근 벌어지는 담배 유해성 논란이 새삼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번에 촉발한 액상형 전자담배 논란은 정부가 나서 사용중지를 권고할 정도로 기존과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19102401001723800083202
담배 경고그림 변경.

# 문제는 불확실성


한국보다 앞서 전자담배 열풍이 불었던 미국은 이미 진통을 겪고 있다.

현재까지 보고된 미국 중증 폐질환 사례는 총 1천479건이고, 이중 사망까지 이른 경우는 33건이다. 

 

중증 폐질환 환자의 79%는 35세 미만이고, 78%는 대마유래 성분(THC)이 포함된 액상을 피웠다고 한다.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이라고 불리는 이 성분은 대마 중 환각을 일으키는 주 성분으로, THC 함유 액상에서 상당량의 비타민 E 아세테이트가 검출됐다고 보고된다.

그렇다고 아직 THC 성분이 폐질환의 원인이라고 확언할 수는 없는 단계다.

실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지난달 중증 폐질환사례가 잇달아 발생하자, 인과관계 조사가 끝날 때까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자제를 권고한 바 있다.

미국도 예방적 성격의 조치만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전자담배1
전자담배 판매점에 진열된 액상과 전자담배. /경인일보DB

미국 식품의약국은 청소년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급증에 따른 대책으로, 사전판매허가를 받지 않은 향이 가미된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할 계획이다. 

 

일부 주에서는 긴급조치의 일환으로, 앞으로 4개월 간 담배향을 제외한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한다.

다만, 인과관계를 밝히는 일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오랜 기간 연구가 이뤄져 폐암 등 질병과의 인과관계가 이미 확인된 일반담배와 비교해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연구는 걸음마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보건복지부가 나서 기침, 호흡곤란, 가슴 통증 등 호흡기 이상 증상 등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들에게 최근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여부를 확인하라고 전문가 격인 의사들에게 권고하는 상황이다.

# 시작되는 한국발 액상형 전자담배 공포

한국에서도 최근 액상형 전자담배 관련 폐질환 의심사례 1건이 접수됐다.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는 지난달 20일부터 전자담배 사용과 폐질환 연관성이 있는 사례를 전국 의료기관으로부터 받아왔다.

이번에 보고된 사례의 환자는 기침과 호흡곤란 등 폐질환 증세를 호소해 의료기관에 방문했고 의료진이 액상형 전자담배와 연관성이 있다고 의심해 질본에 보고했다. 

 

이 환자는 궐련형 담배를 피워오다 최근 6개월 이내 액상형 전자담배를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환자는 상태가 호전돼 퇴원했다.

정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중단 권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액상형 전자담배 안전관리 대책'브리핑에서 정부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질본 관계자는 "폐질환이 액상형 전자담배와 연관성이 있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역학적으로 연관성을 의심하려면 여러 사례가 모여야 하는데 아직 1개 사례가 나온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추후 조사를 통해 단순 해프닝에 그칠 수도 있지만, 이번 사례는 한국사회에서 벌어지는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과 관련한 논쟁에 불을 지폈다.

한편에선 이 같은 사례를 들어 액상형 전자담배가 유해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는 반면, 일부 사용자들과 업체는 현재 문제가 된 THC 성분이 함유되지 않은 액상을 사용하고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지난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안전관리 대책 브리핑'을 열고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유해성 검증이 완료되기 전까지 사용을 중단해달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앞으로 담배 성분 의무 제출·가향물질 첨가 금지 등 법안을 마련하는 한편, 기기장치 무단개조·청소년 판매 등 단속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과 관련해 폐 손상과 사망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국내에서도 유사한 의심사례가 신고되는 등 심각한 상황"이라며 "안전관리 체계 정비와 유해성 검증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을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한다"고 말했다. → 그래프 참조

한편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 가운데 기침, 호흡곤란, 가슴통증 등 호흡기 이상 증상이 나타나거나 메스꺼움, 구토, 설사 등 소화기 이상 증상, 피로감, 발열, 체중감소 등 기타 증상을 경험했다면 즉시 사용을 중단하고 병의원을 방문해야 한다. 

 

또한 불법적인 경로로 구입한 액상형 전자담배는 사용해서는 안 된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