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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문화원이발간한 '독수리소년단과 항일 벽보사건' 이야기책 표지/이천문화원제공

한일 관계가 어느 때보다 악화된 올해 일본산 불매운동과 일본관광 거부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배경에는 일본과의 오랜 역사적 관계가 얽혀 있고 그 중심에는 20세기 초 35년간의 일제 강점기가 자리하고 있다.

당시 장호원소학교 4·5·6학년의 어린 학생들이 그 어려운 독립운동을 해냈다.

1942년 3월, 박영순을 비롯한 열네 명의 소년들은 용감하고 빠른 독수리처럼 어디든지 날아가 독립운동을 하겠다는 각오로 비밀 항일단체인 '독수리소년단'을 만든다(당시엔 황취소년단이라고 불렀다). 이 어린 청춘들은 직접 채소를 키워 팔며 나름의 독립운동 자금을 마련하고, 커서 독립군이 되겠다는 희망을 품고 산다.

일본이 침략 야욕을 아시아 전역으로 뻗쳐나가던 어느 날 독수리소년단은 결심을 하고 독립운동을 시작한다. 그들은 한지로 항일벽보를 만들어 이천 시내 곳곳에 붙인다. 거리의 전봇대, 담벼락, 버스 등에 붙여 모든 시민들이 보게 한다. 다른 지역으로 가는 버스에도 붙여 내용은 전국으로 퍼져나간다. "일본은 곧 패망한다. 우리 조선은 일본을 돕지 말자. 대한독립 만세!"

단장 박영순은 과감하게 항일벽보가 담긴 편지를 전국의 군수들에게 부치기도 한다. 독수리소년단의 항일벽보사건은 그들의 주거지인 이천 장호원은 물론이고 전국을 뒤집어 놓는다. 일본경찰이 결국 주동자와 참여자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된다.

마침내 소년단은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여섯 달 동안의 고문을 받는다. 이후 어린 단원들은 풀려나지만 주동자로 지목된 이들은 더욱 혹독한 고문을 받게 된다. 단장은 무려 2년 6개월의 옥살이를 하고 풀려난다. 다른 단원들도 풀려나지만 고문후유증으로 해방을 맞지 못하고 사망한 이가 발생한다.

독수리소년단은 이제 원로가 되었다. 이들의 활동이 그동안 빛을 받지 못하다가 당시의 자료와 증언을 토대로 몇몇 단원이 독립운동 공훈을 인정받아 21세기가 되어 국가유공자로 지정된 점은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다.

이천문화원은 이들의 이야기를 발굴해 올 10월 책으로 발간했다. '이천 이야기보따리 총서' 2권으로 '독수리소년단과 항일 벽보사건'을 낸 것이다. 월간 '어린이와 문학'에 응모와 추천을 받으며 활동하는 한정혜 작가가 글을 쓰고 '괸돌고을 산신마을'의 삽화작업을 한 박정화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

이천문화원은 이 독수리소년단 이야기책을 발간한 기념으로 이천이야기콘서트를 준비 중이다. 관심 있는 시민은 자세한 일정을 이천문화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된다.

이 책에는 독수리소년단 이야기 외에도 지석리 마을에서 소재를 취한 '하늘에서 떨어진 거짓말 석섬', 대월면 도니울 은행나무 이야기인 '엉엉우는 은행나무', 나래리에 전해오는 '주인을 살린 개', 등 모두 6편의 동화가 실려있다.

이 책은 11월 중에 관내 도서관, 학교 등에 배포될 예정이며, 일반시민들은 11월 30일까지 문화원을 방문하면 받을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이천문화원은 이들 독수리소년단의 이야기를 노래로 제작할 계획이다. 경기도문화원연합회가 주관하는 '2019 지방문화원 원천콘텐츠 발굴·지원 특화사업'의 지원을 받아 '장호원 난다'라는 노래 곡을 작업 중이다.

작사와 작곡은 '배꽃', '한자혼자'등을 작곡한 이석진 씨 창작국악그룹 이스터녹스 대표가 맡았으며, '태양이 뜨면' 등을 노래한 임선혁 씨(전 비트윈 리드보컬)의 목소리로 녹음된다. 이 노래는 경기도 각 지역에서 창작된 노래와 함께 올 12월 음반으로 제작되어 이천을 비롯한 경기도 지역 문화원 등에 배포될 예정이다.

이천/서인범기자 si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