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00건 등 총 6600건 담당 불구
조사과정서 민원 제기 '0건' 유명세
하고픈말 전부 들어주는 '경청' 강조
인천연수경찰서 경비교통과 교통조사 3팀장 황인환(55) 경위는 교통사고 조사분야에서만 20년 넘게 활약한 '베테랑'이다.
황인환 경위처럼 교통사고 조사만 20년 넘게 담당한 경찰관은 전국적으로도 드물다고 한다. 조사 과정에서 사고·사건 당사자가 제기할 수도 있는 민원이 '0건'인 것으로 유명해 동료 경찰관들까지 황 경위에게 그 비결을 전수받곤 한다.
황 경위는 "교통사고 조사는 시민들의 안전과 가장 밀접한 분야"라며 "정확한 조사가 있어야 교통안전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경위는 매년 300건에 가까운 교통사고를 다루고 있다. 1997년부터 교통사고 조사업무를 시작했으니, 대략 6천600건의 교통사고를 살핀 셈이다.
크지 않은 사고부터 뺑소니, 난폭운전, 보복운전까지 수사하고 있다. 황 경위는 인천중부경찰서에 근무할 당시 덤프트럭이 노인을 치고 달아난 뺑소니 사고가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라고 했다.
그는 "CCTV에 트럭 옆면만 찍혀서 차량을 특정하기 어려웠는데, 인천항 일대를 탐문 수사하다가 트럭 기사들이 차량에 자신만의 '스티커'를 붙이고 다닌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CCTV에 찍힌 뺑소니 트럭 옆면의 스티커를 인천 전체를 뒤져서 결국 찾아냈고, 범인을 붙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1989년 임관한 황 경위는 1990년대 말 교통사고로 어려움을 겪는 주변 사람을 보고 교통사고 조사분야로 뛰어들었다. CCTV가 곳곳에 설치되고 차량 블랙박스가 보편화한 시대지만, 그럴수록 교통사고 조사는 더 복잡해졌단다.
황 경위는 "CCTV조차 흔하지 않던 과거에는 신호위반이나 차선 침범 등으로 사고유형이 비교적 단순했다"며 "요즘에는 사고 당시 상황이 영상으로 생생하게 남기 때문에 오히려 사고 유형과 과실 여부 등을 판단하기가 복잡해졌다"고 했다.
황 경위는 사고 조사 과정에서 민원이 없기로 유명한 이유를 '경청'으로 꼽았다.
그는 "사고 당사자가 하고 싶은 말을 될 수 있으면 전부 들어주려 한다"며 "사고 당사자가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해야 설득하기도 수월하다"고 말했다. 황 경위는 시민들이 간단한 안전수칙만 잘 지키면 교통사고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날이 조금이라도 흐리면 무조건 전조등을 켜고, 비상등을 각종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간단한 교통사고 예방수칙"이라며 "철저한 사고 조사뿐 아니라 사고 예방에도 힘쓰는 교통사고분야 베테랑 경찰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