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의 조철수 미국 국장이 '모스크바 비확산회의-2019'(MNC-2019) 행사 등에 참석하기 위해 5일 러시아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조 국장은 이날 오후 4시(현지시간)께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한 현지 국영 항공사 아에로플로트 여객기를 이용해 모스크바 북쪽의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전날 평양에서 블라디보스토크에 왔다.

조 국장은 공항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러시아 주재 북한 대사관 직원 2명의 영접을 받으며 곧바로 터미널 밖으로 이동해 대기하고 있던 대사관 차량에 탑승한 뒤 모처로 떠났다.

조 국장은 대합실에 나와 있던 한국·일본 기자들이 '미국 측과의 회동 가능성', '북미 협상 전망' 등에 대해 잇따라 질문했으나 일절 답하지 않고 시종일관 굳은 표정을 바꾸지 않은 채 차량에 올랐다.

조 국장은 북한 대사관으로 이동해 휴식을 취한 뒤 이튿날부터 러시아 외무부 인사들과의 회동 등의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평양 주재 러시아대사관은 앞서 4일 자체 페이스북을 통해 "(평양)순안국제공항에서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러시아) 대사가 조철수 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외무성 대표단을 배웅했다"며 "대표단은 모스크바 비확산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러시아로 떠났다"고 소개했다.

이어 "모스크바에 있는 동안 조철수 국장은 러시아 외무부에서 일련의 회담을 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MNC는 오는 7~9일 열린다.

원자력 에너지와 핵 비확산 문제 연구를 주로 하는 모스크바의 독립 연구소 '에너지·안보센터'가 2∼3년에 한 번씩 개최하는 MNC는 비확산 분야 민·관·학계 인사가 모이는 1.5트랙(반관반민) 성격의 행사로, 올해는 40여개국에서 300여명이 참석한다.

조 국장은 회의 참석 기간 중 발표 등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협상 및 대미 외교와 관련한 북한의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MNC에는 미국 측에서 마크 램버트 국무부 대북특사와 한국 측에서 북핵 협상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참석할 예정이어서 회의 기간 중 북미, 남북 간 회동이 이루어질지 주목된다.

러시아 측에서는 역시 북핵 협상 수석대표인 이고리 모르굴로프 외무부 아태지역 담당 차관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외교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이 아직 한반도 비핵화 실무 협상 일정과 관련한 명백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라 이번 국제회의에서 전격적으로 북미 회동 등이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2017년 MNC 때도 북한에서 최선희 당시 외무성 북아메리카 국장, 한국에서 이상화 당시 북핵외교기획단장, 미국에서 제이슨 레브홀즈 당시 국무부 한국과 부과장 등이 참석했지만, 북한의 거부로 의미 있는 회동이 성사되지 못했다.

남·북·미·러 측 참석자들은 모두 8일 저녁으로 예정된 한반도 문제 논의 세션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나 현재로선 별도의 양자 접촉을 가질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점쳐진다.

조 국장은 MNC 참석과는 별도로 모르굴로프 차관 등 러시아 외무부 인사들과도 만나 비핵화 협상 공조 및 양자 협력 문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스크바=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