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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독일에서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지 30년이 됐다. /AP=연합뉴스

9일 독일에서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지 30년이 됐다.

45년간의 분단 현실을 딛고 통일의 문을 열었던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 기념일에 베를린의 장벽 기념관에서 30주년 기념식이 열린다.

행사에는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총리 등 독일의 주요 인사들과 폴란드, 슬로바키아, 체코, 헝가리의 정상들이 참석한다.

메르켈 총리는 기념사를 할 예정이다.

저녁에는 동서베를린의 통로로 독일 통일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문에서 30주년 기념 축제가 열린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연설을 하고, 메르켈 총리도 참석할 예정이다.

베를린에서 이번 주에만 열리고 있는 장벽 붕괴 관련 행사는 200여 개에 달할 정도로, 독일 사회는 베를린 장벽 붕괴를 기념하고 있다.

특히 최근 극우 성향의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옛 동독지역에서 급부상하면서, 이번 30주년은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이 지역 시민들의 불만 정서를 분석하며 통일이 달성된 지 29년이 지난 오늘에도 남아있는 후유증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으로 남은 우리나라에서도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의 의미는 깊게 다가온다.

대북정책 등을 둘러싼 '남남갈등'이 극심한 우리 현실에서, 서독이 동서독 교류·협력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첨예한 '서서갈등'을 극복해나간 과정이 교훈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한반도와는 배경과 조건이 다르지만, 동서독 분단기에 '작은 발걸음'으로 지속적으로 교류·협력을 이어갈 수 있었던 독일의 경험이 우리에게 시사점을 주는 것이다.

통일 후유증과 무관치 않은 반(反)난민 정서와 극우 부상의 문제와 극복 노력도 눈여겨볼 사안이다.

베를린 장벽은 1989년 11월 9일 동독 당국이 서독으로의 여행 완화 조처의 시행 시기를 '즉각'이라고 잘못 발표해 동베를린 시민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무너졌다.

당국으로부터 지침을 받지 못한 국경수비대원들은 당황한 채 시민들에게 바리케이드를 열었다.

직후 베를린 장벽은 동서독 시민들이 한데 어울리는 축제의 공간으로 바뀌었다. 베를린뿐만 아니라 동서독 국경의 검문소에는 서독으로 여행을 가려는 동독의 자동차가 줄을 섰다.

동독의 집권세력이던 사회주의통일당 강경파는 무너졌고, 이듬해 3월 동독에서 첫 자유선거가 실시돼 통일을 공약으로 내세운 '독일연맹'이 승리해 같은 해 10월 3일 통일조약에 서명이 이뤄졌다.

/손원태기자 wt2564@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