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가 11일(현지시간) 유엔총회에서 북미협상의 교착 책임을 미국에 돌리며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이행을 미국 측에 촉구했다.

우리 정부를 향해서도 이중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김 대사는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연례적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활동을 지지하는 결의를 채택하는 유엔총회에 참석해 발언했다.

김 대사는 북미 관계가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의 북미정상회담 이후 "거의 진전이 없었다"면서 "한반도 정세는 긴장 악화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대사는 이어 "이는 전적으로 시대착오적인 적대시 정책에 의존해 미국이 저지른 정치적, 군사적 도발에 기인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사는 한반도에서 평화와 안정을 공고히 하고 발전을 성취하는 '열쇠'(key)는 싱가포르에서의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공동성명을 이행하는 것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비핵화 관련 언급은 피한 가운데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 제1항, 2항에 각각 적시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비롯해 대북 제재 완화 등에서 미국의 조치를 거듭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사는 북한은 지난해 이후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선의로 적극적인 노력을 계속해왔다"면서 20개월 이상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도 자제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대한 국제사회의 열망을 충족하기 위한 우리의 진지한 선의와 관용의 명확한 표시"라고 지적했다.

그는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남북 주민과 해외를 열광시켰던 역사적인 남북선언이 "지금은 이행의 주요한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정체 상태"라면서 이는 "전세계 앞에서는 '평화의 악수'를 하고 뒤에서는 초현대적 공격무기를 도입하고 미국과 연합군사훈련을 하는 남한 당국의 이중적 행동에서 기인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IAEA가 유엔총회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연례보고서에 대해서도 한반도의 현실을 무시한 것으로 "전면 배격한다"면서 IAEA는 편견과 불신, 불공정한 태도를 아직 버리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IAEA가 진정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에 관심이 있다면, 편견과 불신으로부터 자유로운 공정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유엔총회에서 코르넬 페루타 IAEA 사무총장 대행은 "북한의 핵 활동은 여전히 심각한 우려의 원인"이라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확실히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심히 유감스럽다"면서 북한은 유엔의 관련 결의를 준수하고 IAEA와 즉각 협력할 것을 북측에 촉구했다.

페루타 대행은 IAEA의 사찰 요원들이 북한에서 추방된 지 10년이 넘었다고 지적하고, IAEA는 인공위성 촬영 이미지 등을 통해 북한 핵 프로그램에 대한 모니터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IAEA는 관련 당사국 간에 정치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검증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에서는 실무급이 이날 유엔총회에 참석, 향후 합의 시 북한 핵 프로그램 검증 과정에서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는 IAEA의 입장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또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IAEA의 활동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뉴욕=연합뉴스